[한경에세이] 모바일이 바꾸는 세상
새벽이면 스마트폰 알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자명종을 언제 썼는지 가물가물하다. 집으로 배달되는 신문을 보긴 하지만 예전만큼 손이 가진 않는다. 출근하는 차에서 스마트폰으로 하루 일정을 체크하고, 뉴스를 본다. 업무 지시는 상대방의 부담을 덜고, 기록도 하기 위해 가능하면 문자로 주고받는다. 프로젝트 업무는 단체 대화방을 열어 구성원과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회의 중에 오는 전화와 메시지는 스마트워치를 이용해 미뤄 두고, 회의 에티켓을 지킨다. 외부에 있을 때, 급한 회사일은 앱(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해 결재하고, 신용카드 또한 스마트폰으로 결제한다.

스마트폰 및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 국가에서 살아가는 전문경영인의 하루 모습이다. 나름 얼리어답터의 삶을 추구하고, 다양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입장에서 모바일 기기는 나의 분신이다. 5년 전만 해도 쉽게 상상하지 못한 내 모습이다.

기업 경영도 바뀌었다.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트렌드를 감지하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역량이 기업 생존을 결정하는 필수요소가 됐다. ‘퍼스트 펭귄’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펭귄들은 사냥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드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한 마리가 먼저 용기를 내 뛰어들면 나머지 무리가 줄줄이 뒤따른다. 이런 퍼스트 펭귄이 조직을 한 걸음 앞선 세계로 이끈다.

이달 초, 우리 회사는 자회사를 설립해 국내 최초로 모바일 금융·보험 오픈마켓을 시작했다. 다른 산업에 비해 보수적이고, 모바일화가 더딘 금융 영역에서 한발 앞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잘만 하면 업계의 퍼스트 펭귄이 돼 디지털 금융을 선도할 것으로 본다.

모바일 기기를 완벽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배워야 할 게 많다. 나도 아직 전화번호만으로 돈을 보내거나 문서관리 앱을 활용해 파워풀하게 자료를 관리하는 것은 불편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적극적으로 못하는 것도 살짝 아쉽다. 과거의 틀에 얽매여 새롭게 배우지 못하는 사람을 ‘21세기 문맹자’라고 한다. 이제는 모바일이다. 더 배우고 더 많이 활용해 문맹에서 벗어나고, 삶과 경영의 질을 높여볼 생각이다.

하만덕 < 미래에셋생명 부회장 affirmation01@miraeasse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