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황교안 권한대행 중심의 비상 체제가 가동됐는데도 경제사령탑 선임 문제는 여전히 혼선을 겪고 있다. 정부는 물론이고 야권마저 경제사령탑을 조속히 세워야 한다는 원론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맡겨야 하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결론 없이 ‘백가쟁명’식 주장만 난립하고 있어서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탄핵안 가결 이후 휴일도 없이 경제관계장관회의 등 각종 행사를 주도하면서 경제사령탑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유 부총리가 2004년 때의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처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엔 한계가 있다. 지난달 2일 박 대통령이 갑작스러운 개각을 통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새 부총리로 지명함에 따라 유 부총리는 이미 교체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임 위원장이 새 부총리를 맡게 되는 건지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기재부 내부에선 대통령 직무 정지로 임 위원장의 부총리 지명 인사도 효력이 상실됐다는 견해와 대통령 권한대행이 야권과 합의하면 부총리를 맡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공존하고 있다.

전직 경제장관들조차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여야가 합의해 새 부총리를 세워야 한다”고 했다. 이에 반해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치권 합의가 쉽지 않은 만큼 현 경제부총리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야당도 부총리 인선 문제에 대해 명확한 방침을 세우지 않아 혼선을 키우고 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경제부총리를 새로 세울지, 아니면 지금 체제를 가져갈지 12일 의원총회에서 논의하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임종룡 후보자가 아니라면 아닌 대로, 현재 부총리가 아니라고 하면 아닌 대로 결론을 내고, 큰 방향부터 잡고 개혁을 책임질 경제 컨트롤타워를 정하자”며 “민주당이 빨리 적합한 경제부총리를 추천한다면 그 뜻을 존중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