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규모·주차면적·사회환원 등 전략 강화해 재도전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전이 종반으로 치닫는 가운데 유일한 신규 사업자로 참여한 현대백화점 면세점(이하 현대면세점)이 '45년 유통역량'과 '한층 강화된 전략'을 앞세워 면세점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현대면세점 이동호 대표는 12일 "작년 면세점 입찰에서 탈락한 뒤 1년여간 절치부심하며 철저히 준비했다"며 "이번 면세점 입찰이 새로운 사업자 진입을 통해 선의의 경쟁을 촉발하고 면세점 품질을 끌어올려 국가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인 만큼 유통업에 대한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갖춘 현대면세점이 최적 후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오랫동안 독과점 체제가 유지돼온 국내 면세점 시장의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려면 현대면세점같이 유통역량을 갖춘 신규 사업자를 진입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면세점 법인을 설립, 지난해 1차 면세점 입찰 때와 동일하게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입지로 내세워 재도전하고 있다.

고배를 마셨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면세점 규모, 주차면적, 중국 관광객 유치 계획, 면세운영 시스템을 확충하는 등 지난 1년여 동안 절치부심한 끝에 전력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면세점은 무역센터점 3개층(8~10층)을 리모델링해 특허면적 1만4천5㎡(약 4천244평) 규모의 대형 럭셔리 면세점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7월 면세점 특허 심사 당시 계획했던 면적(2개층, 1만2천㎡)보다 17% 확장된 것이다.

현대면세점은 이러한 넓은 매장 면적과 백화점의 높은 층고, 기존 면세점 대비 1.5배 이상 넓은 고객 동선을 통해 내·외국인 관광객을 모두 잡겠다는 복안이다.

최근 정부가 코엑스 일대를 국내 첫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대상 지역으로 선정해 이 일대가 초대형 옥외광고물로 꾸며진 '한국판 타임스스퀘어'로 탈바꿈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현대면세점에는 호재다.

현대면세점은 강남구와 무역협회 등으로 구성된 '강남구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민관합동추진위원회'의 일원으로 참여, 100억 원을 투자해 내년 상반기 무역센터점 정문과 동쪽 외벽 두 곳에 초대형 미디어월을 설치할 계획이다.

미디어월에는 국내 주요 관광명소와 한류스타 소개 영상, 훈민정음을 모티브로 한 미디어아트 등 대한민국을 소개할 수 있는 콘텐츠가 제공된다.

현대면세점은 관광객들이 이용할 대형버스 주차 공간도 크게 확충했다.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59면뿐만 아니라 인근 탄천 주차장 400면 등 총 459면의 대형버스 주차장을 활용해 주변 교통혼잡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이는 자체주차장 35면, 탄천 주차장 100면 등 총 135면을 활용할 수 있었던 지난해보다 3배가 넘는 주차면적이다.

현대면세점은 국내 주요 면세점에 루이뷔통, 디오르 등 47개 해외명품 브랜드를 공급하는 부루벨코리아와 특허취득 조건부 입점 협약을 맺었다.

특허를 획득할 경우 부루벨코리아가 취급하고 있는 브랜드들의 입점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간다는 내용이다.

불가리, 토즈 등 188개 브랜드와도 입점의향서(LOI)를 체결하는 등 지난해 88개 브랜드 대비 두 배 이상 많은 브랜드를 확보해 짧은 시간 내에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6천710㎡ 규모의 글로벌 명품관을 꾸밀 계획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도 제시했다.

지난 9월 중국 최대 여행사인 CTS·CYTS 등 17개 여행사와 '한중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상호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유커 200만 명 국내 유치 및 양국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현대면세점은 앞으로 한류체험, 봉은사 템플스테이 등 강남지역 관광상품 개발은 물론 유커들이 선호하는 한류스타 공연 기획 등 마케팅에서도 중국 여행사와 협력할 방침이다.

현대면세점은 사회환원에서도 통 큰 투자를 약속했다.

강남지역 관광 인프라 개발과 지역문화 육성 및 소외계층 지원 등에 5년간 총 500억 원을 환원한다는 것으로, 지난해 7월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심사 당시 계획했던 300억 원보다 200억 원을 확대했다.

현대면세점은 다른 경쟁자들과 달리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는 것이 약점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40년 넘게 유통업을 운영해온 노하우가 있어 적자에 허덕이는 기존 신규 사업자들과 뚜렷한 차별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면세점 관계자는 "우리가 면세점 운영경험이 없다고는 하지만 40년 넘게 유통업을 운영해온 노하우에 입지·상품기획·마케팅 측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최근 신규 면세점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보세화물 관리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MD나 마케팅 등 기본적 유통 역량이 부족한 데서 비롯됐다는 점에 비춰보면 현대면세점은 이들과는 큰 차별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passi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