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의 정치가 뭐길래] 시험대 오른 '야당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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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지리멸렬한 사이 야당이 정국 주도권 잡아
野, 차기 대선 유리한 고지 점했지만 어정쩡한 ‘협치와 법치’
수권정당 면모 보여주지 못하면 오히려 ‘독’될 수도
“야당이 탄핵 주도했으니 차기 대권이 올 것이라는 환상 버려야”
여·야·정 협의체 주문하면서도 대통령 즉각 퇴진 강경 목소리
박근혜 정부 핵심 정책 뒤집기 나서 ‘점령군 행태’비판도 일어
野, 차기 대선 유리한 고지 점했지만 어정쩡한 ‘협치와 법치’
수권정당 면모 보여주지 못하면 오히려 ‘독’될 수도
“야당이 탄핵 주도했으니 차기 대권이 올 것이라는 환상 버려야”
여·야·정 협의체 주문하면서도 대통령 즉각 퇴진 강경 목소리
박근혜 정부 핵심 정책 뒤집기 나서 ‘점령군 행태’비판도 일어
![[홍영식의 정치가 뭐길래] 시험대 오른 '야당천하'](https://img.hankyung.com/photo/201612/AB.12977968.1.jpg)
야당은 정치판 뿐만 아니라 국정운영의 주체로도 나서려 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집권 여당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자중지란으로 분당 위기로 치닫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현 상황으로만 보면 야당이 차기 대선 국면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그러나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면 이런 유리한 국면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탄핵이라는 엄중한 시기에 정국 수습을 제대로 못하고, 야당 독주로 인해 혼란이 지속된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야권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야당으로서 촛불시위에 함께 참여해 박 대통령을 탄핵했으니 자연적으로 대권이 올 것이라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고 했다.
초반 조짐은 그리 좋지 않다. 야당은 여·야·정 협의체를 제안했지만 삐걱거리고 있다. 야당이 여·야·정협의체를 제안한 것은 강경 일변도로 나가면 안정을 바라는 중도층이 돌아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여·야·정 협의체 정부 측 카운터파트를 누구로 할 것인지를 두고는 야당간 이견을 드러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인정하느냐의 문제와 결부돼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12일 국회의장과 각 당 대표, 경제부총리가 참석하는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추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장 중심으로 각 당 대표와 경제부총리를 대표로 하는 정부 대표가 정책협의의 틀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정국 안정을 위해 황 대행 체제를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실질적인 정책 추진 과정에서는 그를 배제하겠다는 의미다.
반면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우리야 당연히 총리가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논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여·야·정 협의체가 됐든, 국회·정부 협의체가 됐든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세력을 대화 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친박계로 구성된 새누리당 지도부는 야당을 믿을 수 없다면서 여·야·정 협의체 제안을 일축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권이 서로 논의해서 협치를 한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면서도 “야당이 하는 제안은 믿을 수 없다”고 불신감을 드러냈다. 반면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여·야·정 간 논의기구가 제대로 굴러간 게 별로 없지 않느냐”며 “그렇지만 시국은 시국이니 되든 안 되든 해봐야 할 것”이라고 달리 말했다.
여당 내부에서 친박계와 비박(비박근혜)간 내분이 격화하면서 여·야·정 협의체 구성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앞으로도 전망이 밝지 않다.
야당은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국회 탄핵안 가결 뒤 박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꾸준히 외치고 있다. 이견도 드러냈다. 대권 주자들 가운데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은 즉각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즉각 퇴진 목소리를 삼가한 채 여·야·정 협의체의 조속한 가동을 주문하고 있다.
‘경제사령탑’으로 유일호 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유임과 금융위원장인 임종룡 내정자로의 교체를 놓고 야당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안 전 대표가 경제사령탑 문제에 대해 민주당에 ‘백지위임’ 의사를 나타냈지만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유 부총리와 임 내정자를 놓고 격론을 벌였으나 결론을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의총에서는 전체적으로는 ‘임종룡 불가론’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들의 뒤집기에 나서면서 ‘점령군’ 처럼 행동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문 전 대표는 “국정교과서 등 박근혜표 정책의 집행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안 전 국민의당 대표도 “정책 중 부정부패와 관련 있는 부분은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국정 역사교과서와 한·일 위안부 피해자 합의의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또 지난 9월로 활동기간이 종료된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 개혁 4법도 원점으로 되돌릴 태세다. 진보 아젠다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일 예정이다. 박 대통령의 국회 탄핵을 계기로 야당이 마치 국정을 위임받은 것 처럼 행동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