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휴대폰서 자동차·국방으로 MDS테크 사업 확대, 시장 우려에도 '뚝심 투자'…원금 두 배 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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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의 경영 노하우 탐구
(9) MDS테크의 장래성 내다본 스틱인베스트먼트
기업의 '숨은 가치'에 베팅하라
시가 두 배 주고 MDS테크 인수…5년 만에 주가 4배 이상 뛰어
유니맥스 인수는 '신의 한 수'
적자기업 인수해 새 시너지 창출…국방 현대화로 '캐시카우' 역할
(9) MDS테크의 장래성 내다본 스틱인베스트먼트
기업의 '숨은 가치'에 베팅하라
시가 두 배 주고 MDS테크 인수…5년 만에 주가 4배 이상 뛰어
유니맥스 인수는 '신의 한 수'
적자기업 인수해 새 시너지 창출…국방 현대화로 '캐시카우' 역할
▶마켓인사이트 12월12일 오전 6시43분
겉으로는 덤덤했지만 속은 타들어갔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이경형 투자1본부장. 2010년 9월 주당 6000원대였던 코스닥 상장사 MDS테크놀로지 지분 38.8%를 시가의 두 배가 넘는 1만4000원(총 467억원)에 인수한 터였다. 이 본부장 등 스틱 운용역들은 MDS테크의 주력 제품인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의 성장성을 믿었다. 판단은 적중했다. 주가가 1만4000원까지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2015년 4월에는 주당 2만8495원에 지분 30%를 한글과컴퓨터에 매각했다. 2015년 4월까지 장내 매각 등을 통해 총 976억원을 회수했다. 정확히 투자 금액의 두 배였다.
◆‘애니콜 신화’와 성장한 MDS테크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는 휴대폰 TV 세탁기 등 전자제품이나 각종 정보기기가 특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내장해 놓은 특수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예를 들어 전기밥솥의 온도를 제어하는 것도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다.
MDS테크는 당초 영세한 규모의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출범했다. 창업자인 김현철 전 대표가 1990년대 우연한 기회에 독일의 한 전시회에 참석했다가 독일 라우트바의 대표 제품 트레이스 32(T-32)의 한국 독점 판매권을 따내면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휴대폰(피처폰) 소프트웨어의 오류를 잡아내는 역할을 하는 T-32는 피처폰을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에게는 필수품이었다. 처음 T-32를 들여올 당시 1000명도 안 된 국내 피처폰 엔지니어 숫자는 삼성전자 ‘애니콜 신화’와 함께 급증했다. LG전자, 팬택 등도 가세하면서 MDS테크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스틱은 이런 MDS테크를 초창기부터 관심 있게 지켜봤다.
◆“임베디드 SW 시장 이제 시작”
기회가 찾아온 건 2007년께부터다. MDS테크가 경쟁사를 너무 비싸게 사들여 자금 사정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주력 제품 T-32에 대한 수요가 뚝 끊겼다. 현금은 말라갔고 창업자인 김 전 대표의 건강까지 나빠졌다. 스틱은 고민하는 경영진에게 시가의 두 배가 넘는 값을 제시해 경영권을 인수했다. 곽동걸 스틱 대표는 “T-32 운명은 다해 가고 있었지만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시장은 이제 열리기 시작했다는 확신을 갖고 베팅했다”고 말했다.
스틱의 MDS테크 투자 시기(2010년 9월)는 자동차 전장화 및 국방 현대화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현대자동차, 만도 등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전장화에 사활을 걸었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인 전자제어장치(ECU) 개발이 대표적이다. ECU 개발을 위한 각종 도구를 제공하면서 MDS테크 가치는 급등했다. MDS테크의 자동차 부문 매출은 2011년 140억원에서 지난해 314억원으로 급증해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자리 잡았다.
◆시너지 노린 추가 인수 ‘적중’
국방 소프트웨어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사모펀드들이 종종 사용하는 추가(add-on) 인수 전략을 택했다. 2013년 30억원을 투자해 국방·항공용 하드웨어 생산업체 유니맥스정보시스템을 인수했다.
당시 유니맥스는 매출 28억원에 4억원의 순손실을 내는 적자 기업이었다. 국방 현대화가 되지 않아 제품 양산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었다. 하지만 국방부는 2012년부터 무기를 개발할 때 국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우선 적용할 것을 LIG넥스원, 한화 등 방산업체들에 권고하기 시작했다.
스틱은 MDS테크가 가지고 있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와 유니맥스의 하드웨어를 묶어 팔며 급성장하는 시장을 선점해 나갔다. 유니맥스는 MDS테크에 인수된 지 2년 만인 2015년 매출 139억원에 순이익 14억원을 올리는 기업으로 거듭났다. MDS테크의 국방 소프트웨어 매출은 2011년 15억원에서 2015년 66억원으로 네 배 이상 늘었다.
◆“인재가 전부…인력 유출 막아라”
T-32 총판으로 시작됐지만 MDS테크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대리점이 아니었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최고 수준의 인재가 필요했다. 고객인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재교육하고 컨설팅하는 업무까지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고객사들이 인력을 빼간다는 점이었다.
스틱은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파격적인 임금체계를 도입했다. 우선 매년 기본 연봉을 7~8%씩 올려줬다. 성과급 체계도 뜯어고쳤다. 부서별로 매출 목표치를 정한 뒤 목표의 80% 이상을 달성하면 영업이익 초과금액을 직원들에게 돌려줬다. 이 본부장은 “이 같은 성과보수 시스템 개편으로 떠난 직원들을 다시 불러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MDS테크 투자 회수(엑시트) 소문이 시장에 흘러나오기 시작한 건 2013년 하반기 들어서였다. 적지 않은 회사들이 인수 의사를 타진해 왔고, ‘한컴오피스’를 판매하는 한글과컴퓨터도 그중 하나였다. 범용 소프트웨어 회사인 한글과컴퓨터는 MDS테크를 인수해 종합 소프트웨어 회사로 성장했다.
이지훈/유창재 기자 lizi@hankyung.com
겉으로는 덤덤했지만 속은 타들어갔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이경형 투자1본부장. 2010년 9월 주당 6000원대였던 코스닥 상장사 MDS테크놀로지 지분 38.8%를 시가의 두 배가 넘는 1만4000원(총 467억원)에 인수한 터였다. 이 본부장 등 스틱 운용역들은 MDS테크의 주력 제품인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의 성장성을 믿었다. 판단은 적중했다. 주가가 1만4000원까지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2015년 4월에는 주당 2만8495원에 지분 30%를 한글과컴퓨터에 매각했다. 2015년 4월까지 장내 매각 등을 통해 총 976억원을 회수했다. 정확히 투자 금액의 두 배였다.
◆‘애니콜 신화’와 성장한 MDS테크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는 휴대폰 TV 세탁기 등 전자제품이나 각종 정보기기가 특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내장해 놓은 특수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예를 들어 전기밥솥의 온도를 제어하는 것도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다.
MDS테크는 당초 영세한 규모의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출범했다. 창업자인 김현철 전 대표가 1990년대 우연한 기회에 독일의 한 전시회에 참석했다가 독일 라우트바의 대표 제품 트레이스 32(T-32)의 한국 독점 판매권을 따내면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휴대폰(피처폰) 소프트웨어의 오류를 잡아내는 역할을 하는 T-32는 피처폰을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에게는 필수품이었다. 처음 T-32를 들여올 당시 1000명도 안 된 국내 피처폰 엔지니어 숫자는 삼성전자 ‘애니콜 신화’와 함께 급증했다. LG전자, 팬택 등도 가세하면서 MDS테크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스틱은 이런 MDS테크를 초창기부터 관심 있게 지켜봤다.
◆“임베디드 SW 시장 이제 시작”
기회가 찾아온 건 2007년께부터다. MDS테크가 경쟁사를 너무 비싸게 사들여 자금 사정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주력 제품 T-32에 대한 수요가 뚝 끊겼다. 현금은 말라갔고 창업자인 김 전 대표의 건강까지 나빠졌다. 스틱은 고민하는 경영진에게 시가의 두 배가 넘는 값을 제시해 경영권을 인수했다. 곽동걸 스틱 대표는 “T-32 운명은 다해 가고 있었지만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시장은 이제 열리기 시작했다는 확신을 갖고 베팅했다”고 말했다.
스틱의 MDS테크 투자 시기(2010년 9월)는 자동차 전장화 및 국방 현대화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현대자동차, 만도 등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전장화에 사활을 걸었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인 전자제어장치(ECU) 개발이 대표적이다. ECU 개발을 위한 각종 도구를 제공하면서 MDS테크 가치는 급등했다. MDS테크의 자동차 부문 매출은 2011년 140억원에서 지난해 314억원으로 급증해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자리 잡았다.
◆시너지 노린 추가 인수 ‘적중’
국방 소프트웨어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사모펀드들이 종종 사용하는 추가(add-on) 인수 전략을 택했다. 2013년 30억원을 투자해 국방·항공용 하드웨어 생산업체 유니맥스정보시스템을 인수했다.
당시 유니맥스는 매출 28억원에 4억원의 순손실을 내는 적자 기업이었다. 국방 현대화가 되지 않아 제품 양산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었다. 하지만 국방부는 2012년부터 무기를 개발할 때 국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우선 적용할 것을 LIG넥스원, 한화 등 방산업체들에 권고하기 시작했다.
스틱은 MDS테크가 가지고 있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와 유니맥스의 하드웨어를 묶어 팔며 급성장하는 시장을 선점해 나갔다. 유니맥스는 MDS테크에 인수된 지 2년 만인 2015년 매출 139억원에 순이익 14억원을 올리는 기업으로 거듭났다. MDS테크의 국방 소프트웨어 매출은 2011년 15억원에서 2015년 66억원으로 네 배 이상 늘었다.
◆“인재가 전부…인력 유출 막아라”
T-32 총판으로 시작됐지만 MDS테크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대리점이 아니었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최고 수준의 인재가 필요했다. 고객인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재교육하고 컨설팅하는 업무까지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고객사들이 인력을 빼간다는 점이었다.
스틱은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파격적인 임금체계를 도입했다. 우선 매년 기본 연봉을 7~8%씩 올려줬다. 성과급 체계도 뜯어고쳤다. 부서별로 매출 목표치를 정한 뒤 목표의 80% 이상을 달성하면 영업이익 초과금액을 직원들에게 돌려줬다. 이 본부장은 “이 같은 성과보수 시스템 개편으로 떠난 직원들을 다시 불러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MDS테크 투자 회수(엑시트) 소문이 시장에 흘러나오기 시작한 건 2013년 하반기 들어서였다. 적지 않은 회사들이 인수 의사를 타진해 왔고, ‘한컴오피스’를 판매하는 한글과컴퓨터도 그중 하나였다. 범용 소프트웨어 회사인 한글과컴퓨터는 MDS테크를 인수해 종합 소프트웨어 회사로 성장했다.
이지훈/유창재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