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중동 건설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와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기대가 커지면서 건설업종과 같은 ‘경기민감주’가 주목받을 것이란 전망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건설업종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과거와 비교해 크게 낮아졌다는 점도 투자 매력으로 꼽힌다.
건설주 급반등…장기 부진 '터널' 벗어나나
◆유가상승 덕 본 건설주

12일 국내 증시에 상장한 66개 건설업체 주가는 평균 2.93% 올랐다. 해외 수주를 주력으로 내세우는 업체들의 주가 상승세가 돋보였다. 삼성그룹의 산업플랜트 건설 계열사인 삼성엔지니어링은 6.60% 급등한 9850원에 장을 마쳤다. 현대건설(6.50%) 태영건설우(5.05%) GS건설(4.63%) 등 해외 시장 경험이 풍부한 대형 건설사 주가도 크게 올랐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이날 건설업종 주가를 밀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은 지난 10일 하루평균 원유 생산량을 55만8000배럴가량 줄이기로 합의했다. 미국 9·11테러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락해 산유국이 감산에 나선 2001년 이후 15년 만이다.

전통적으로 국내 대형 건설사 주가는 유가와 함께 움직이는 특성을 보여왔다. 국내 업체의 해외 수주 대부분이 산유국인 중동 지역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역 경제가 호전되면 국내 업체들의 해외 건설 프로젝트 수주가 늘 것이란 기대에 주가가 반응했다”며 “해외 수주 비중이 높은 업체일수록 앞으로도 주가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밸류에이션 매력 갖춰

유가 상승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인프라 투자 공약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연장 등이 촉발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도 건설주엔 긍정적이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까지는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것”이라며 “경기 민감업종에 대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건설주는 주식시장에서 소외받았지만 흐름이 바뀔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건설업종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현재 0.7배 수준으로 5년 전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강현기 동부증권 연구원은 “세계 경제가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2012년부터 화장품 건강관리 등 경기방어주의 주가 상승이 돋보였다”며 “하지만 올해 중반부터는 철강 조선 은행 건설 등 소외받았던 경기 민감주들이 저평가 매력을 앞세워 관심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시장에서 업종별로 ‘소외’와 ‘관심’이 반복되는 만큼 투자에 참고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대차잔액 비중이 높은 건설주 특성상 대차잔액이 줄고 쇼트커버링(공매도 상환을 위한 주식 재매수)이 늘어나는 연말에 주가가 더 힘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려간 입장에선 연말 배당금을 받으면 원래 주식 소유자에게 주식을 돌려줘야 한다. 이 경우 절차가 복잡해 매 연말이면 대차잔액이 빠르게 줄었다. 주식을 빌려준 입장에서도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를 위해 주식을 돌려받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조 연구원은 “건설업종은 대차잔액 비중이 10% 수준으로 코스피 평균인 약 6%에 비해 높아 상대적으로 더 줄어들 여지가 많다”며 “수급 측면에서도 건설주가 유리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나수지/고은이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