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의 시사토크] 누가 경제를 살린다는 건가
혼선을 빚었던 경제사령탑이 정리된 모양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유임’을 결정한 것이다. 야당에선 국회와 논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방적인 인사권 행사라며 반발하는 소리도 들린다. 그렇지만 기존 체제를 유지한 것뿐이다. 인사권 운운할 대상이 못 된다. 황 대행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이 마당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경제부총리로 선임했다면 그것이야말로 부당한 인사권 행사라며 비판이 폭발했을 것이다.

탄핵 이후도 법치라야 한다

일단 야당들은 황 대행 체제를 인정하기로 한 것 같다. 엊그제 야당 대표들이 황 대행에게 회동을 제안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러나 결코 순탄치 않다.

당장 여·야·정 협의체부터 그렇다. 소위 협치로 국정 공백을 막아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챙기겠다는 취지지만 이 협의체의 성격과 역할은 극히 모호하다. 물론 헌법상 아무런 근거가 없다. 법적으로 권한이 없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선출직임을 강조하지만 국민이 선거를 통해 부여한 것은 국회 의석이지, 국정을 직접 운영할 권한까지 준 것은 아니다. 3권분립이 엄존하는 이상, 입법부와 행정부의 영역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황 대행 체제가 인정받는 것은 바로 헌법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야권에선 여·야·정 협의체에서 정책을 결정할 테니 황 대행 체제는 집행만 하라고 주장한다. 마치 정권을 잡은 듯한 야당과 무능한 여당이 합의를 내세워 국정을 좌지우지할 태세다. 사드, 대북문제 등은 더할 것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가 새로운 국가시스템을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탄핵으로 정지된 것은 대통령 직무이지, 국정운영 기조가 무효화된 게 아니라는 점 역시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야권이 이제까지 정부 여당을 상대로 법안 딜을 했던 것은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려면 국민 총의에 의한 선거, 즉 대선을 거쳐야 한다. 정치권은 황 대행 체제의 과도한 권한 행사를 견제할 수는 있겠지만 협의체의 초법적 권한 행사를 요구하는 것은 정치일 뿐이다.

정치에 대한 불신은 그대로다

탄핵 이후에도 국회와 정치에 대한 깊은 불신은 그대로다. 이제 와서 다들 경제위기라고 말하지만 그동안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 등이 모두 국회에서 좌절됐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가 실패해야 다음 대선에서 유리해진다는 정략적 판단이었을 것이다. 최근 국정조사에서도 주요 그룹 총수들에게 손을 들라고 시켜 국제 망신을 자초한 것 역시 국회다. 국회의 과잉 권력이 하늘을 찌른다. 간판기업들에 대한 국제사회와 시장의 평판 추락, 국가 이미지 실추, 우리 경제의 리스크 확대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

경제를 망친 것은 바로 정치요, 국회였다. 이런 정치, 이런 국회가 돌연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니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그렇게 많은 이른바 잠룡들조차 경제관, 국정 비전이 제각각이다. 기획재정부가 여태 새해 경제운용 방향조차 못 세우고 있다. 거리로 나온 민심을 정략적으로 이용해 권력을 빼 쓰려는 세력과 음모들은 도처에서 준동한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정치가 진정 경제를 생각한다면 밑도 끝도 없이 경제를 살리겠다고 말하지 말고 기업과 시장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말해야 한다.

문희수 경제교육연구소장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