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던 이대 상권에 '스타트업 꽃망울'…뒷골목 임대료 꿈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서울시·서대문구의 골목 살리기
빈 상가 빌려 창업공간으로 제공
간판·도로포장 등 새단장 지원
싼 임대료 찾아 '피난' 온 상인들
옷가게만 가득했던 골목이
책방·공방·이색음식점 등 다양
빈 상가 빌려 창업공간으로 제공
간판·도로포장 등 새단장 지원
싼 임대료 찾아 '피난' 온 상인들
옷가게만 가득했던 골목이
책방·공방·이색음식점 등 다양
10년 전만 해도 서울 강북의 대표적인 젊은 층 상권으로 인기를 모았던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일대. 15일 찾은 이곳 골목 상가 일부는 아직도 비어 있었다. 한때 권리금 1억~2억원을 호가하는 옷가게 등이 즐비했으나 3~4년 전부터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가끔 찾는 이른바 ‘B급 상권’으로 전락한 뒤 젊은이들 발길마저 끊긴 상태다. 이렇게 방치됐던 이화여대 상권이 부활의 시동을 걸고 있다. 이화여대 입구에서 신촌기차역으로 이어지는 길 뒤편을 중심으로 청년 창업가와 맛집이 최근 하나둘씩 모여들고 있다.
◆10년 이상 ‘B급 상권’
이화여대 앞 일대는 2000년대 초중반까지 서울 강북 지역의 대표적인 패션상권이었다. 골목마다 가득했던 보세 옷가게는 당시 트렌드를 선도하며 10~20대 여성들을 끌어모았다. 의류업체 이랜드, 화장품업체 미샤가 태동한 곳도 이화여대 상권이다. 스타벅스가 1999년 국내 1호 매장을 낸 곳도 이화여대 앞이다.
2000년대 중반 의류 온라인쇼핑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이화여대 앞 상권은 직격탄을 맞았다. 2006년 이곳에 들어선 13층짜리 쇼핑몰 ‘예스apm’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실패하면서 지역 전반이 활력을 잃어갔다. 이화여대가 중국인 관광객들의 명소로 떠올랐지만 이들의 소비가 골목 안으로까지 퍼지지는 못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은 대부분 단체관광이라 정해진 코스로만 다니기 때문에 골목 안쪽까지 잘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이화여대 앞 상권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화장품 가게 일색의 대로변과 공실 가득한 이면골목으로 양분됐다. 점포 임대료도 폭락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3년까지만 해도 서울 평균 임대료의 두 배를 웃돌았지만 2014년부터 급락했다. 지난 1분기에는 ㎡당 2만7700원까지 내려갔다. 이 지역 역대 최저치이자 처음으로 서울 평균 임대료 아래로 떨어졌다.
◆싼 임대료에 창업공간 변신
변화의 움직임은 이화여대 정문과 신촌기차역 사이의 골목길에서 시작되고 있다. 이화여대·서울시·서대문구의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변화의 단초를 제공했다. 지난 1월 이화여대가 시작한 ‘이화여대 스타트업 52번가’ 프로젝트는 뒷골목 부활에 대한 상인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상가 공실을 임대해 자금난을 겪는 학생들에게 창업공간으로 제공하는 사업으로 이화여대에서 8개 매장을 임대했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문을 연 공방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소비자 눈길을 끌며 골목의 명물로 부상하고 있다.
서대문구는 ‘이화 패션문화의거리’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청년 패션디자이너를 모집해 지원하고 간판디자인과 도로 포장 등으로 환경을 재단장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7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신촌·이화여대 인근 지역에 대한 지원계획을 담은 도시재생활성화사업 계획을 통과시켰다. 서울시와 서대문구는 여기에 2018년까지 마중물 사업비로 100억원을 투입해 ‘젊음과 활력이 살아있는 컬처밸리’로 되살린다는 계획이다.
청년 지원계획이 발표되면서 상인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크게 싸진 임대료는 청년 창업가와 젊은 셰프들을 불러모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옷가게가 가득했던 골목에 특색 있는 식당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입소문이 나면서 독특한 맛집들엔 외부 발길도 크게 늘었다. 시 낭독회가 열리는 문학다방, 추리소설 전문 책방 등은 골목의 다채로움을 더하고 있다.
망원동에서 이화여대 앞으로 옮겨 디저트 가게를 연 김모 대표는 “임대료가 워낙 싸고 기본적으로 젊은이들이 많은 곳이어서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아직 권리금이 형성될 수준은 아니지만 임대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조그마한 가게의 월 임대료가 70만~80만원 선으로 홍익대 등 인근 지역의 월 300만원 안팎보다 크게 싸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화여대 정문에서 신촌기차역을 연결하는 길의 뒷골목 1층 상가는 공실이 없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비싼 임대료 때문에 상인들이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 대표지였던 곳이 이제 젠트리피케이션의 피난처로 떠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점포 임대료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 올 3분기 이화여대 앞 상권의 임대료는 ㎡당 3만1700원으로 2분기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아직 서울 평균 임대료 3만3600원을 밑돌지만 전문가들은 2분기 연속 상승세를 보인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화여대 상권 전반이 살아났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상권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인근 지역이나 다른 대학가에 비해 임대료가 크게 낮아 관심을 얻고 있지만 아직 상권이 살아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이화여대 앞 일대는 2000년대 초중반까지 서울 강북 지역의 대표적인 패션상권이었다. 골목마다 가득했던 보세 옷가게는 당시 트렌드를 선도하며 10~20대 여성들을 끌어모았다. 의류업체 이랜드, 화장품업체 미샤가 태동한 곳도 이화여대 상권이다. 스타벅스가 1999년 국내 1호 매장을 낸 곳도 이화여대 앞이다.
2000년대 중반 의류 온라인쇼핑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이화여대 앞 상권은 직격탄을 맞았다. 2006년 이곳에 들어선 13층짜리 쇼핑몰 ‘예스apm’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실패하면서 지역 전반이 활력을 잃어갔다. 이화여대가 중국인 관광객들의 명소로 떠올랐지만 이들의 소비가 골목 안으로까지 퍼지지는 못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은 대부분 단체관광이라 정해진 코스로만 다니기 때문에 골목 안쪽까지 잘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이화여대 앞 상권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화장품 가게 일색의 대로변과 공실 가득한 이면골목으로 양분됐다. 점포 임대료도 폭락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3년까지만 해도 서울 평균 임대료의 두 배를 웃돌았지만 2014년부터 급락했다. 지난 1분기에는 ㎡당 2만7700원까지 내려갔다. 이 지역 역대 최저치이자 처음으로 서울 평균 임대료 아래로 떨어졌다.
◆싼 임대료에 창업공간 변신
변화의 움직임은 이화여대 정문과 신촌기차역 사이의 골목길에서 시작되고 있다. 이화여대·서울시·서대문구의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변화의 단초를 제공했다. 지난 1월 이화여대가 시작한 ‘이화여대 스타트업 52번가’ 프로젝트는 뒷골목 부활에 대한 상인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상가 공실을 임대해 자금난을 겪는 학생들에게 창업공간으로 제공하는 사업으로 이화여대에서 8개 매장을 임대했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문을 연 공방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소비자 눈길을 끌며 골목의 명물로 부상하고 있다.
서대문구는 ‘이화 패션문화의거리’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청년 패션디자이너를 모집해 지원하고 간판디자인과 도로 포장 등으로 환경을 재단장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7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신촌·이화여대 인근 지역에 대한 지원계획을 담은 도시재생활성화사업 계획을 통과시켰다. 서울시와 서대문구는 여기에 2018년까지 마중물 사업비로 100억원을 투입해 ‘젊음과 활력이 살아있는 컬처밸리’로 되살린다는 계획이다.
청년 지원계획이 발표되면서 상인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크게 싸진 임대료는 청년 창업가와 젊은 셰프들을 불러모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옷가게가 가득했던 골목에 특색 있는 식당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입소문이 나면서 독특한 맛집들엔 외부 발길도 크게 늘었다. 시 낭독회가 열리는 문학다방, 추리소설 전문 책방 등은 골목의 다채로움을 더하고 있다.
망원동에서 이화여대 앞으로 옮겨 디저트 가게를 연 김모 대표는 “임대료가 워낙 싸고 기본적으로 젊은이들이 많은 곳이어서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아직 권리금이 형성될 수준은 아니지만 임대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조그마한 가게의 월 임대료가 70만~80만원 선으로 홍익대 등 인근 지역의 월 300만원 안팎보다 크게 싸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화여대 정문에서 신촌기차역을 연결하는 길의 뒷골목 1층 상가는 공실이 없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비싼 임대료 때문에 상인들이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 대표지였던 곳이 이제 젠트리피케이션의 피난처로 떠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점포 임대료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 올 3분기 이화여대 앞 상권의 임대료는 ㎡당 3만1700원으로 2분기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아직 서울 평균 임대료 3만3600원을 밑돌지만 전문가들은 2분기 연속 상승세를 보인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화여대 상권 전반이 살아났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상권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인근 지역이나 다른 대학가에 비해 임대료가 크게 낮아 관심을 얻고 있지만 아직 상권이 살아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