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화폐로 결제하면 반값!…'게임 아이템 환테크족'
블리자드의 보드게임 ‘하스스톤’에서 특정 국가의 급격한 환율 변동을 이용해 게임 아이템을 반값에 구매하는 ‘환테크족’이 생겨 화제다. 구글의 앱 장터인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주소지를 해외로 바꾸면 해당 국가의 돈으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는 허점이 드러나면서 벌어진 일이다.

블로그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검색하면 하스스톤에서 이집트 통화(이집트파운드)로 아이템을 구매하는 방법을 적은 글을 찾아볼 수 있다. 구글 결제 센터에 접속한 뒤 사용자 정보 설정에서 주소지를 이집트 등 해외로 바꾸면 그 나라 돈으로 결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기자가 직접 따라해 보니 원화 기준 5만5000원가량의 아이템을 360이집트파운드(약 2만3000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 원화로 결제할 때보다 60%가량 낮은 가격이다.

이처럼 결제 통화별로 큰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이집트 통화가치가 지난달 이후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집트 정부는 5년째 이어진 정국 혼란과 경제 악화로 외환보유액이 바닥나자 지난달 13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다. IMF는 지원 조건으로 통화가치 절하를 요구했고 이집트 정부는 지난달 자국 통화가치를 48% 평가절하했다.

블리자드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우크라이나 브라질 등에서 정치 불안으로 해당 국가의 통화가치가 떨어질 때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상황을 알고 있지만 우리 쪽에서는 제재할 방법이 없어 구글 측에 결제 방식 수정을 요구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환율이 급격하게 변동되면 개발사가 해당 국가의 아이템 가격을 새로 책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게임에서는 이 같은 우회 결제가 쉽지 않다. 인기 게임인 슈퍼셀의 ‘클래시로얄’ 등은 게임 이용 국가와 관계없이 무조건 미국 달러로만 결제해야 한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