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15일 열린 ‘최순실 4차 청문회’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언론 통제, 대법원장 등 사찰, 정윤회 씨의 인사개입 의혹 등이 도마에 올랐다.

‘작심 발언’을 쏟아낸 증인은 청와대의 압력으로 경질됐다고 밝힌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과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이었다. 2014년 11월 정윤회 문건 보도 후 교체된 조 전 사장은 ‘현직 부총리급’ 인사가 최순실 씨 전 남편 정윤회 씨에게 7억원 상당의 뇌물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당시 문건에는 고(故) 육영수 여사의 먼 인척이 “정씨를 만나려면 7억원 정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적혀 있다.

조 전 사장은 연루 공무원이 어느 정도 급인지 묻는 질문에 “내가 알기로는 부총리급 공직자”라며 “아직 현직에 있어 실명을 언급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장내가 술렁이며 질문이 계속되자 그는 “문건에 그분 이름이 포함된 건 아니고 취재 과정에서 들은 내용이라 팩트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2014년부터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황찬현 감사원장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으나 조 전 사장은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조 전 사장은 당시 보도하지 않은 문건 중 “양승태 대법원장의 일상생활을 사찰한 내용이 있다”고 폭로했다.

특위는 조 전 사장이 증거로 제출한 해당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는 ‘대법원, 대법원장의 일과 중 등산 사실 외부 유출에 곤혹’ ‘법조계, 춘천지법원장의 대법원 진출 과잉 의욕 비난 여론(현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라는 제목의 일상적 활동과 평판을 수집한 내용이 담겨 있다. 작가 이외수 씨의 동향에 대한 내용도 있다. ‘대외비’라고 적힌 문건에는 ‘차’라는 글자가 찍혀 있다. 야권은 국정원 문건이라고 주장하며 “명백한 헌법 파괴 범죄”라며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이날 대법원은 “헌법 정신과 사법부 독립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중대한 반헌법적 사태”라고 했다.

조 전 사장은 또 최순실·정윤회 부부의 이혼은 박근혜 대통령의 권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14년 1월 정윤회 문건 사건이 나자 2월 박 대통령이 이혼을 권유했고, 이에 따라 두 사람이 3월 이혼했다고 취재원에게서 들었다”고 말했다.

이 전 감찰관은 “올 4~5월께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첩보가 있어 조사했는데 ‘도대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하나’는 생각이 들었다”며 “재벌이 자발적으로 낸 게 아닌 것 같고,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의 영달이나 노후를 위해 만든 것도 아닌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두 재단이 대통령을 위한 것이었느냐는 질문엔 “육영재단이나 일해재단과 비슷한 구조가 아닌가 생각했다”고 에둘러 답했다.

또 다른 쟁점이던 최씨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특혜입학 의혹’은 이화여대 측 증인들이 완강하게 부인해 새로운 사실을 찾아내지 못했다. 최경희 전 총장은 “총장으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고 눈물을 훔치면서도 “학교에서 엄격한 진상조사를 했지만 조직적 특혜를 준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거짓말 그만하라” “철판 깔기로 작정했냐”고 몰아붙였지만 남궁곤 전 입학처장과 김경숙 전 체육대학장도 “입시 부정은 없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최씨의 증거 인멸 시도가 추가로 드러났다.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롯데에서 받은 70억원을 “최씨와 안 전 수석이 돌려주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씨가 입국 직전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과 통화해 “SK에 ‘지시받은 적이 없다’고 하라고 부탁해 보라”며 재단 출연 강요 사실을 은폐하려 한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임현우/박상용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