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흥시 대야동에서 분양한 ‘시흥 센트럴 푸르지오’는 지난 14~15일 1·2순위 청약 결과 일부 주택형에서 미분양이 발생했다. 한경 DB
경기 시흥시 대야동에서 분양한 ‘시흥 센트럴 푸르지오’는 지난 14~15일 1·2순위 청약 결과 일부 주택형에서 미분양이 발생했다. 한경 DB
지방 청약시장에서 아파트 미분양 사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번주 전국 아파트 청약시장에선 충남과 경남, 경북 등에서 미분양 단지가 속출했다. 경기 서남부권의 대표적인 주거지로, 실수요층이 많이 찾는 경기 시흥에서도 미분양이 나왔다.

15곳 중 8곳이 미분양…지방 청약시장 '찬바람'
16일 금융결제원과 분양업계에 따르면 이번주 전국에서 청약접수를 한 총 15개 단지 중 8개가 미분양됐다. 분양권 전매 및 청약요건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11·3 부동산 대책’이 서울과 수도권 주요 택지지구, 부산, 세종 등 37곳의 ‘조정 대상 지역’을 겨냥했지만 그 외 지역에서 투자심리가 더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광종합건설이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에서 내놓은 ‘구미 확장단지 15블록 골드클래스 2차’(615가구)는 지난 15일 1순위 접수에서 16개 통장만 청약에 참여했다.

경기 시흥에선 1865가구 대단지인 ‘시흥 센트럴 푸르지오’의 중대형 주택인 전용면적 106㎡형이 미분양됐다. 총 8개 주택형 중 3개 타입도 1순위에서 미달해 2순위까지 청약 신청을 받았다. 경남 진해, 충남 천안, 충북 진천 등에서 청약 2순위까지 청약 미달이 발생했다.

공공임대 아파트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경북 경주시 외동읍에서 공급한 ‘경주 외동 사랑으로 1단지’ 1780가구엔 18명만 청약했다. 같은 지역 2단지 임대아파트도 대거 미분양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분양 물량이 많거나 지역 산업이 구조조정 과정에 있는 지역은 하반기 들어 미분양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 대출 규제에다 내년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더해져 지방 분양시장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세종시와 지방 신규 택지개발지구(신도시)에서 대형 건설사가 분양하는 단지들은 그나마 무난한 청약 성적을 거두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지난 15일 반곡동 일원(4-1생활권 L4블록·M3블록)에서 내놓은 ‘세종 더샵 예미지’ 1·2단지는 각각 평균 청약경쟁률 10 대 1과 97 대 1을 기록했다. 대전·충남북 지역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는 세종시는 올해 해당 지역 거주자뿐만 아니라 서울 등 다른 지역 거주자도 청약할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수요층이 넓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울산 북구 택지개발지구인 송정지구에서 분양한 ‘울산 송정 B블록 한라비발디 캠퍼스’와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 현동택지개발지구에서 나온 ‘현동 A3블록’(공공분양)도 모두 1순위에서 청약이 끝났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가수요가 이탈하고 있고 실수요자들도 재당첨 금지 규정 강화 영향으로 청약통장을 신중히 사용하면서 지역별 온도 차이는 있지만 청약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실수요자들은 그만큼 청약 당첨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