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연합사령부 방문한 黃대행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가운데)이 16일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해 “북한 도발 시 강력하게 응징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달라”고 당부했다. 총리실 제공
< 한미연합사령부 방문한 黃대행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가운데)이 16일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해 “북한 도발 시 강력하게 응징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달라”고 당부했다. 총리실 제공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공공기관장 인사권을 적극 행사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함에 따라 탄핵 정국으로 ‘올스톱’됐던 공공기관장 인선이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야당은 권한 밖의 결정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황 대행은 아랑곳하지 않고 인사권을 법대로 행사할 태세다. 이에 따라 임기가 끝났거나 만료를 앞둔 20여곳의 공공기관장에 대한 인선이 차례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공기관 인사 절차대로”

황교안 권한대행 "인사, 법대로 하겠다"…막혔던 공공기관장 인선 풀리나
농림축산식품부는 16일 이양호 전 농촌진흥청장을 한국마사회장에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이 신임 회장은 행정고시 26회 출신으로 농식품부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원장에는 오경태 전 농식품부 차관보를 임명했다. 마사회장은 마사회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농식품부 장관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장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모든 공공기관장은 해당 기관의 임원추천위원회에서 3~5명의 후보자를 선정한 뒤 주무부처 장관이 1~2명으로 추리고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방식으로 임명된다.

이 두 곳 기관장 임명권은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정지로 황 대행이 행사했다. 정부 관계자는 “황 대행이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공공기관장에 대한 인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황 대행의 대통령 행세가 도를 넘었다”며 “당장 마사회장 내정을 철회하고 다른 공기업에 대한 인사권 행사도 중단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황 대행 측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공공기관 경영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국가 경제에 악영향이 예상된다”며 인사를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공공기관장 속속 인선될 듯

황 대행이 공공기관장 인사권을 행사하기로 하면서 다음달까지 20여곳의 기관장이 속속 임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임기 만료를 앞둔 기업은행장의 후임자 인선을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기업은행장 역시 금융위원장 제청을 받아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있다. 권선주 행장의 임기는 오는 27일까지다. 금융위 관계자는 “임기 만료 이전 새 행장 후보를 제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13일 이사장 임기가 끝나는 기술보증기금도 새 이사장 선임을 위해 오는 20일까지 공모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 중에서는 기관장의 임기가 이미 끝난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등에 대해 후임자 인선 절차가 시작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장 인사가 풀리면서 그동안 막혀 있던 각 소관부처의 1급 이상 인사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고 말했다.

“공정한 인사 모범 보여야”

이번 인사권 행사는 황 대행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으로 알려졌다. 정진철 청와대 인사수석이 지난 12일 황 대행에게 공공기관장 인사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보고를 했지만, 대행의 권한 범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아 황 대행이 결정을 곧바로 내리지 못했다는 것이 총리실의 설명이다. 이후 각계 원로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언을 들은 뒤 마음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2004년 고건 전 대행은 국가보훈처 차장, 외교안보연구원장 등 차관급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조성한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황 대행이 청와대의 간섭이나 낙하산 없이 각 부처 장관의 제청권을 존중하면서 제대로 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공정하게 진행한다면 정치권에서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주완/김일규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