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신흥국에 비상이 걸렸다.

말레이시아 링깃화 가치는 16일 전날보다 1% 이상 하락한 달러당 4.4755링깃까지 밀렸다. 링깃화는 아시아 외환위기가 정점으로 치달은 1998년 1월7일 달러당 4.7250링깃까지 추락한 적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데도 링깃화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미국 금리 인상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은 아시아 국가가 됐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는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달 8일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1차 충격을 받았다. 트럼프 당선자가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포기하겠다고 밝히자 TPP 가입 수혜를 기대했던 말레이시아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WSJ는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들이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채권 43억달러어치를 포함해 53억달러에 이르는 자산을 팔고 떠났다고 분석했다. 이는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에서 빠져나간 돈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1998년 단행한 외국자본 통제 카드를 다시 꺼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시 말레이시아는 투자기간이 1년 이하인 외국인 자금 유출을 금지하고, 달러당 3.8링깃의 고정환율제를 시행하며 외국인 자금 이탈을 막았다.

외환보유액이 넉넉지 않다는 점도 불안감을 높인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2013년 5월 1413억달러에 육박한 외환보유액은 지난 10월 977억달러로 줄었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15일 기준금리를 연 5.25%에서 5.7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급락하는 페소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지난달 17일 0.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한 달 만에 1%포인트나 끌어올렸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