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신경전…미국·중국 남중국해 갈등 격화되나
통상·외교 분야에서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이번엔 수중 드론(사진) 문제로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중국 해군이 남중국해 해역에서 미국 해군의 연구용 수중 드론을 나포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까지 중국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18일 미국 CNN과 중국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해군 함정은 지난 15일 오후 필리핀 수비크만에서 북서쪽으로 50해리 떨어진 곳에서 연구용 수중 드론 회수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 해군 함정을 뒤따르던 중국 해군 함정에서 내린 소형 보트가 다가와 수중 드론 2대 중 1대를 나포해갔다. 당시 미국 해군은 무전 연락해 해당 수중 드론이 미군 소유라고 밝히고 반환을 요구했지만 중국 측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트럼프 당선자는 1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공해상에서 미국 해군의 연구용 드론을 훔쳤다”며 “중국이 전례 없는 행동으로 연구용 드론을 낚아채 가져갔다”고 비난했다.

중국 언론은 자국 해군의 이번 조치를 환영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인터넷에 올린 사평(社評)에서 “(미군 드론 나포는) 중국의 군사안보를 훼손하는 데 대한 마땅한 조치”라며 “앞으로도 이런 조치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군은 그동안 남중국해 주변에서 광적으로 정보를 수집해왔다”며 “중국이 미국 주변 해역에서 정보 수집에 나선다면 미국 정부는 가만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양국 간 팽팽한 기싸움으로 전개되던 이번 사태는 피터 쿡 미국 국방부 대변인이 17일 성명을 통해 “중국 당국을 직접 접촉해 수중 드론 반환에 대한 이해를 얻어냈다”고 밝히면서 봉합 국면에 들어갔다.

중국 국방부도 이날 “중국이 적당한 방식으로 미국에 드론을 반환하기로 결정했고 이를 위해 미국 측과 계속 소통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지나치게 확대 선전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양국은 이날 저녁 수중 드론 반환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번 드론 사태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이 격화할 것을 시사하는 ‘예고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해군의 드론 반환 소식이 알려진 직후 트럼프 당선자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우리는 중국이 훔친 드론을 돌려받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중국에 말해야 한다”고 재차 중국을 자극했다. 이는 향후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강경 대응 방침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