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무] "포인트 결제액엔 부가세 과세 안돼" 현금과 달리 고객과 할인약정에 불과
지난 8월 대법원에서는 카드 포인트로 결제한 금액에는 부가가치세를 과세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롯데쇼핑 등이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부가가치세 환급청구 소송에서다. 대법원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롯데멤버스 카드 포인트로 결제한 금액에 부가가치세는 과세 대상이 아니라며 국세청이 롯데쇼핑에 322억원의 세액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포인트 결제 금액의 부가가치세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첫 사례다. 이에 대한 의미는 다음과 같다.

국세청은 포인트를 현금 대신 쓸 수 있는 ‘금전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소비자들은 한 판매자로부터 상품을 반복 구매하거나 특정 카드를 사용함으로써 포인트를 쌓게 된다. 비록 약정에 따라 용도 제한은 있지만 포인트 역시 결제할 때 사용하는 수단으로 볼 수 있다. 어떤 포인트는 실제 현금으로 교환도 가능하기 때문에 국세청의 판단은 ‘현금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포인트로 결제한 거래는 에누리 없이 물건의 제값을 다 치른 거래라고 보는 것이다.

여러 사업자가 동참하는 제휴 포인트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는 어떤 판매자의 물건을 사면서 제휴 포인트를 사용하고 다른 제휴 사업자들은 이 비용을 분담해 그 판매자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정산절차를 따른다.

결국 판매자로선 포인트 때문에 소비자로부터 받지 못하는 물건 값을 다른 제휴 사업자로부터 현금으로 대신 지급받는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국세청은 판매자 입장에서 포인트 결제 거래가 소비자에게서 직접 현금으로 받는 거래와 다를 바 없는 만큼 똑같이 과세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이 둘을 ‘다른 거래’라고 판단했다. 같은 물건이라도 수량, 인도 조건 또는 대가 결제방법 등 조건이 다양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에누리가 발생하면 ‘다른 거래’가 된다. 대법원은 포인트 결제에서 이 ‘에누리’가 발생한다고 본 것이다. 에누리가 있는 거래와 그렇지 않은 거래에서는 부가가치세도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부가가치세는 거래되는 금액(공금가액)의 10%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단의 핵심은 적립 포인트가 현금가치를 지닌 수단보다 고객에게 약속한 할인약정을 수치로 표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소비자로선 포인트를 제시하면 물건 값을 할인받을 수 있고, 에누리 된 물건 값을 치르면 거래는 끝난다. 그 후 진행되는 제휴 사업자들 간 거래는 소비자가 물건을 사고파는 거래와는 관계가 없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 포인트 결제 거래와 그렇지 않은 거래에서 직접 지갑을 열어 치르는 물건 값이 다르기 때문에 이 둘은 ‘다른 거래’가 되고, 과세 또한 다르게 돼야 한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의미다.

나석환 < 삼정KPMG 조세1본부 상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