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기획특별전 ‘이집트 보물전’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화려하게 채색된 미이라용 관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기획특별전 ‘이집트 보물전’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화려하게 채색된 미이라용 관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좋은 관에 들어가야 부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믿었어요. 더 좋은 관에 들어가고 싶은 욕심에 남의 무덤에서 관을 훔쳐서 재활용하기도 했죠. 영생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갈망이 얼마나 컸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구문경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3000년 동안 계속된 고대 이집트인의 미라 만들기 풍습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기획한 ‘이집트 보물전-이집트 미라 한국에 오다’ 특별전 개막을 하루 앞두고 19일 마련한 언론공개회에서다. 그는 “고대 이집트에는 미라를 만드는 공장이 있었는데 주문자의 재력이나 사회적 지위에 따라 제작 방식이 달랐다”며 “신분이 낮은 사람은 간단한 무늬가 새겨진 나무 관에 들어갔지만 높은 사람은 석관에 들어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내년 4월9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특별전은 ‘영원한 삶’을 갈구한 이집트인의 마음을 보여주는 자리다. 2009년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의 소장품으로 꾸몄던 ‘파라오와 미라’에 이은 두 번째 이집트 특별전으로, 미국 뉴욕 브루클린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대 이집트의 사람과 동물 미라를 비롯해 화려하게 꾸민 관과 다양한 조각, 장신구 등 229점을 선보인다.

총 6부로 구성된 전시 공간을 관통하는 주제는 고대 이집트인의 내세관이다. 시신을 미라로 만들고, 관을 화려하게 장식한 이유도 내세관을 이해해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구 학예연구사는 “고대 이집트인이 가진 영생관의 바탕에는 신화가 있다”며 “이집트 신화에서 오시리스는 동생에게 살해당했지만, 사후에 지하세계의 통치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오시리스를 통해 사후세계가 있다고 믿은 이집트인들은 육신을 미라로 만들어 관에 넣으면 부활한다고 생각했다는 얘기다. 이집트 신화에서 오시리스는 사후세계에 오는 사람들을 심판해 영생을 결정하는 역할도 맡았는데, 망자가 이 심판을 잘 받도록 미라를 감는 붕대와 수의, 관 등에 글씨를 써넣었다고 한다.

오시리스를 비롯해 이집트 신화와 관련된 조각상, 화려하게 장식된 미라와 이를 만드는 방법, 이승의 풍요로운 삶이 저승에서도 이어지기를 바라는 유물 등이 다양하게 전시된다.

이집트의 독특한 동물숭배도 확인할 수 있다. 고대 이집트인은 동물이 사람과 함께 창조됐다고 믿었으며, 신처럼 자신을 보호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와 악어, 매의 미라는 물론 뱀, 쇠똥구리, 따오기의 미라와 이들을 담은 관은 동물에도 영원한 삶을 선물하려 했던 사실을 알려준다. 관람료는 성인 1만3000원, 대학생·청소년 1만1000원, 초등학생 8000원.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