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오늘로 1년이다. 올해 1~11월 대중 수출액은 1124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9% 감소했다. 수입도 790억달러로 4.8% 줄었다. 교역규모로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5% 작아졌다. 정부는 한·중 FTA 수혜품목의 수출 하락폭이 덜하다는 점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초라한 성적표다.

무역현장의 분위기는 더 심각하다. 반도체 등 대중 주력품목의 수출이 줄줄이 꺾이고 있는 데다 문화 등 서비스 분야마저 사드 갈등에 비관세장벽이 더해지며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유통업 등 중국 진출 한국 기업에 대한 차별, 한류 견제, 관광객 통제, 통관절차 지연 등 각종 보복조치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한국이 중국과 FTA를 체결한 게 맞나 싶을 정도다.

한·중 FTA는 출발부터 무리가 겹쳤다. 정부가 한·중 FTA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게 2014년 11월10일 한·중 정상회담이 열리기 2시간 전이었다. 억지였다. 2년6개월간의 협상을 거쳤다지만 알려진 게 거의 없던 상황이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다른 FTA와 달리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중국은 최고 수준 FTA를 운운했지만 한국 제조 품목 개방률을 대폭 낮췄다. 한국 역시 “모두가 만족할 FTA를 한다”며 농산물 개방폭을 줄였다. 애초부터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당시 한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창설을 구경만 하는 형편이었다. 그 때문에 서둘러 한·중 FTA에 합의하고, 중국 주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지지하고,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는 등 일련의 친중 노선을 보인 결과였다. 말이 FTA였지 친중 노선의 정치적 우격다짐이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당시 톈안먼 행사 참석을 대부분 언론이 지지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우스운 일이었다.

시작이 이랬으니 FTA가 맥을 못 추는 건 당연하다. 한국이 뒤늦게 서비스나 기술무역장벽 협상 등을 하자고 해도 중국은 시큰둥하다. 통상당국은 그래도 선방하고 있다는 소리나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