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조7000억 필요한 두산그룹…숨가쁜 자금조달 예고
(주)두산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엔진을 비롯한 두산그룹 계열사가 내년 2조65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기 도래 회사채를 갚고 설비투자에 나서는 등 경영 활동에 필요한 최소 금액이다.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은 하향 조정되고 있어 내년 자금조달 여건이 한층 팍팍해질 전망이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의 2017년 만기 도래 공모·사모사채(신종자본증권 포함)는 총 1조7940억원으로 집계됐다. 두산 200억원, 두산중공업 1조240억원, 두산인프라코어 6500억원, 두산엔진 1000억원 등이다.

두산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내년 8645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도 계획하고 있다. 두산이 905억원, 두산중공업 5148억원, 두산인프라코어 2508억원, 두산엔진이 84억원 등을 투자할 예정이다. 그룹은 사채 차환(재조달) 자금과 설비투자금 등 2조6585억원을 조달하는 데 초점을 맞춰 자금운용 계획을 짜고 있다.

이들 회사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으로는 회사채를 상환하기도 벅차다. 두산그룹의 최근 3년(2013~2015년) 연평균 영업활동 현금흐름(영업활동으로 실제 들어온 현금)은 7040억원이었다.

두산그룹은 신용도가 하락하는 추세여서 내년 자금 조달 여건이 올해보다 나빠질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달 8일 두산인프라코어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이달 6일에는 두산(A-) 두산엔진(BBB+) 두산중공업(A-)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검토’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앞으로 1~2년 안에 신용등급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계열사 가운데 두산인프라코어가 자금 조달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9008억원의 자금을 마련해야 하지만 최근 3년 새 영업활동 현금 흐름이 182억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 보유 지분 59.3%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밥캣 주가가 치솟으면 유동화를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늘어난다. 그룹의 내년 유동성 여건은 두산밥캣 주가에 달렸다는 평가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