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00대 건설회사와 시행업체들이 내년 전국에서 분양할 민간 아파트가 33만7363가구(조합원 물량, 뉴 스테이 포함)로 조사됐다. 올해 공급 실적치(40만7324가구)보다 17%(6만9961가구) 줄어든 물량이다. 내년에 재개발·재건축 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점을 감안할 때 일반 분양 아파트를 기준으로 한 실질 공급물량은 20%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줄어드는 2017년 아파트 분양] 7만가구 분양 감소 속 서울·부산은 늘어…재개발이 시장 이끌 듯
◆정비사업 늘고 택지지구는 급감

서울·부산 등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분양물량이 줄어든다. 경남(2만3365가구)과 경북(6784가구), 울산(2328가구), 충남(1만812가구), 충북(8507가구), 세종(5591가구), 강원(9082가구), 제주(178가구) 등이 주요 감소 지역이다.

공공택지지구 내 분양물량 감소가 두드러진다. 총 8만1020가구로 올해(12만4763가구)보다 35% 줄어든다. 동탄2신도시나 위례신도시 등 수도권 인기 택지지구의 분양이 거의 마무리된 데다 정부가 추가 신도시 지정과 아파트 용지 공급을 멈췄기 때문이다. 서울 항동지구, 경기 하남 감일지구와 남양주 다산지구, 평택 고덕국제신도시와 화성 동탄2신도시 등에서 중흥건설, 신안, 제일건설, 태영건설 등 중견사들이 일부 물량을 내놓을 예정이다.

서울과 부산에서는 오히려 분양물량이 늘어난다. 서울은 올해(3만6979)보다 51.8% 많은 5만6137가구(조합원분 포함)가 공급될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의 내년 분양 예정 물량도 4만1834가구(조합원분 포함)로 올해(2만2276가구) 대비 87.8% 증가한다.

갈수록 불투명해지는 주택경기 전망에도 이들 지역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는 것은 활발한 재개발·재건축 사업 때문이다. 전체 공급량이 줄어드는 경남·전북·충남에서도 정비사업 물량은 늘어난다. 내년 전국의 정비사업 물량은 12만1328가구로 올해(6만4570가구)보다 88% 증가한다.

주목할 점은 노후 주택지역 전체를 정비하는 재개발사업 물량 증가폭이다. 아파트 재건축 분양물량(4만5767가구)은 올해와 비교해 8.4% 늘어나는 데 그치지만, 재개발 물량(7만5561가구)은 세 배 이상 증가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최근 2년여간 분양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전국 정비사업들이 속도를 냈고 공교롭게도 분양시기가 내년에 집중된 것 같다”며 “지역별로 입지가 좋은 기존 도심권 재개발 단지들이 분양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11·3 대책’ 지역 재건축 쏟아져

분양권 전매제한기간이 늘어나고 청약자격 등이 강화된 서울 강남권과 경기 과천, 부산 해운대 등 전국 37곳의 ‘조정대상지역’(11·3 대책 지역)에서는 전국 공급량의 14.8%인 4만9899가구가 나올 전망이다.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는 개포동의 개포시영(래미안 강남 포레스트)을 비롯해 청담동 청담삼익, 잠원동 신반포6차, 상일동 고덕주공3·5단지 등이 분양에 나선다. 청량리4구역, 응암2구역, 신길뉴타운, 북아현1-1구역, 신정1-1지구와 수색증산뉴타운 등에서도 공급물량이 나온다. 대부분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다. 부산에선 온천2·3구역, 연산3·6구역, 연지1-2구역, 서대신6구역 등 재개발구역에서 새 아파트가 대거 공급될 예정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정치 리스크와 내수경기 침체, 금리 인상 가능성,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아파트 입주 물량 등으로 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건설사들이 실제 공급량을 조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