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상이 지연될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은행들이 런던 금융가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으로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조건을 놓고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는 중이다.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은 초기 단계의 ‘잠정 합의안’을 마련하자는 뜻을 최근 밝혔다. 예정된 브렉시트 시한인 2019년 3월까지 협상이 끝나지 않으면 영국에 둥지를 틀고 있는 금융회사 등이 유럽에서 상품·서비스를 판매할 권리(패스포팅)를 잃어버리는 단절 상태가 생길 수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 미리 합의하자는 제안이다.

EU는 매몰차게 거절했다. 미셸 바르니에 EU 수석협상담당자는 “영국이 600억유로(약 75조원)에 달하는 결별 비용(약정한 분담금 등)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U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철저하게 계산된 전략이다. 브렉시트 협상이 뚜렷한 성과 없이 계속 지연되면 법적 지위가 불안정하다고 느끼는 금융회사가 영국을 떠나 유로존으로 가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이미 이 같은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328년 역사의 영국 보험회사 로이즈오브런던은 EU로 옮길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일본 금융회사가 영국과 EU의 관계가 분명하게 정립되지 않으면 6개월 내로 사업부 이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영국 정부에 통보했다. 미국의 한 대형 은행은 대부분 금융회사가 영국이 유럽 단일시장 접근권을 잃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앤서니 브라운 영국 은행가협회(BBA) 회장은 지난 10월 FT에 “규모가 작은 은행은 크리스마스 전에, 큰 은행은 내년 1분기에 이전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