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관영 언론과 관변 학자들을 동원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트럼프 당선자가 중국 해군의 미국 해군 수중 드론(무인 항공기) 나포사건을 계기로 중국을 비판하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19일 ‘불 위에 기름 붓는 트럼프는 차기 대통령감이 아니다’는 제목의 사평(社評)에서 “트럼프가 자신의 트위터에 ‘전대미문의(unprecedented)’라는 단어를 ‘대통령이 없는(unpresidented)’이라는 단어로 잘못 써 미국 네티즌들이 비아냥거리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미국 언론 매체나 네티즌이 이런 발언을 한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차기 대통령인 트럼프는 대국 지도자로서 지녀야 할 책임감이 없다는 것만 보여주고 말았다”며 “트럼프의 말투는 미·중 대국관계를 얕보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하게 한다”고 비난했다.

환구시보는 “분명한 것은 트럼프가 마음대로 세계에 영향을 미칠 능력이 없고 현재와 다른 미·중 관계를 만들 수 있는 밑천도 없다는 점”이라면서 “트럼프가 아직 공식 대통령이 아니므로 중국 정부는 트럼프에 대해 자제하고 있으나 만약 대통령이 돼도 계속 이런 발언을 한다면 중국은 참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도 ‘검증받지 못한 트럼프가 마찰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관변 학자들의 분석을 인용, “트럼프 당선자의 외교 분야 무경험은 미·중 관계에 더 많은 대립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번 미 해군 수중 드론 사건이 이를 증명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 15일 발생한 중국 해군의 미국 해군 드론 나포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이 공해상에서 미 해군의 연구드론을 훔쳤다”고 비난했다.

중국이 이번 수중 드론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 남중국해 감시 활동 축소와 ‘해상 우발적 충돌방지 행동강령(CUES)’ 개정을 요구하고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중국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원의 장저신(張哲馨) 연구원은 “중국은 미국이 권력 교체기에 더 많은 (유사) 활동을 벌일 것을 우려한다”며 “중국이 CUES에 무인잠수정(UUV)을 포함하기 위해 CUES 확대를 미국에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이날 보도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