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미인도는 진짜다"…25년 위작 논란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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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밝힌 진품의 증거
1. 날카로운 걸로 긁은 압인선
2. 희귀한 석채안료로 채색
3. 수없이 덧칠하는 작업
검찰 "제작기법 다른 작품과 일치"…프랑스 조사방법으론 위조 판단 불가
유족 "믿을 수 없어…항고하겠다"
1. 날카로운 걸로 긁은 압인선
2. 희귀한 석채안료로 채색
3. 수없이 덧칠하는 작업
검찰 "제작기법 다른 작품과 일치"…프랑스 조사방법으론 위조 판단 불가
유족 "믿을 수 없어…항고하겠다"
25년간 ‘위작 논란’이 계속돼온 천경자 화백(1924~2015)의 ‘미인도’에 대해 검찰이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과학적인 감정과 사건 관계인 조사 내용 등을 종합한 결과 천 화백의 제작 기법과 일치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6부(부장검사 배용원)는 19일 “소장 이력과 전문기관의 과학감정, 전문가 안목감정, 위작자임을 자처해 온 사람에 대한 조사 내용 등을 종합한 결과 미인도는 진품으로 판단된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5명을 무혐의 처분하고 이 미술관의 전 학예실장만 사자명예훼손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따라 지난 25년 동안 반복돼온 ‘미인도 진위 논란’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됐다.
덧칠·압인선 등 제작기법 ‘일치’
검찰은 우선 미인도의 제작기법이 천 화백의 다른 작품과 일치한다고 봤다. 화선지 위에 백반, 아교, 호분 등으로 바탕칠을 하고, 그 위에 수없이 덧칠 작업을 한 뒤, 희귀하고 값비싼 석채 안료를 사용해 채색을 완성하는 천 화백 특유의 기법이 미인도에서도 사용됐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미인도의 그림 밑층에 ‘다른 밑그림’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도 진품 근거로 들었다. 미인도 속 인물 아래에 다른 형태의 입술과 파마머리, 꽃 그림 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같은 숨겨진 밑그림은 천 화백의 다른 진품에는 있지만 위작으로 알려진 그림에는 없다”고 설명했다. 육안으로 관찰되지 않는 압인선(날카로운 필기구 등으로 사물의 외곽선을 그린 자국)이 ‘미인도’와 비교 진품의 꽃잎, 나비 등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점도 증거로 제시했다.
길고 길었던 ‘미인도 논란’
검찰은 미인도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을 통해 유통된 사실도 확인했다. 1977년 천 화백이 당시 중앙정보부 간부에게 미인도 등 그림 2점을 선물했고, 이 간부 아내가 대학 동문인 김 전 부장 아내에게 미인도를 선물했다는 것. 김 전 부장은 1980년 5월 당시 신군부 계엄사령부 산하 기부재산처리위원회에 그림을 헌납했고, 그림은 다시 재무부와 문화공보부를 거쳐 국립현대미술관(국현)에 최종 이관됐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1991년 4월 천 화백이 “내 목에 칼을 갖다 댄다고 해도 내가 그린 게 아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천 화백이 위작이라고 주장한 이유는 확실치 않다. 정준모 전 국현 학예실장은 “천 화백은 당시 국현의 기획전을 알리는 포스터 이미지를 보고 화를 내며 가짜라고 했고 이후 위작 논란이 계속됐다”며 “천 화백도 미인도가 가짜라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국현은 당시 한국화랑협회 산하 감정위원회에 감정을 의뢰해 진품 판정을 받았다.
잊혀진 듯했던 논란은 지난해 10월 천 화백이 두 달 전 타계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재점화됐다.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 씨(62)는 지난 5월 “미인도가 가짜인데도 진품이라고 주장한다”며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6명을 고소·고발했다. 김씨 측은 국현 직원의 자필 증언, 미인도에 쓰인 물감이 널리 사용된 물감이라는 점, 위작 감정에 참여한 위원의 증언, 다른 천 화백 작품과의 미학적 비교 분석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지난 9월에는 유족 측이 프랑스의 ‘뤼미에르 테크놀로지’팀을 국내에 데려왔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팀은 미인도가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1977년에 그린 천 화백의 진품 여러 점에 대한 고화질 특수 다중스펙트럼 촬영과 디지털 작업을 통해 비교한 결과 ‘가짜’라는 진단을 내놨다. 연구팀은 명암 대조와 빛의 균형, 눈·콧방울 등 9개 세부 항목으로 나눠 수치화한 결과 미인도는 모든 항목에서 진품과 다른 수치가 나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연구팀의 조사방법으로는 위조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유족 측 “추가 법적 대응”
유족 측은 검찰 발표에 대해 추가로 법적 대응을 할 방침임을 밝혔다. 미국에 거주하는 김씨는 “검찰이 국립현대미술관 쪽으로 많이 기울어진 것은 알고 있었지만 발표 내용이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다. 김씨 측의 배금자 변호사는 “항고도 하고, 재정 신청도 하겠다. 동시에 정부와 관련 개인들을 상대로 민사소송도 하겠다”고 밝혔다.
미술계의 한 관계자는 “유족 측은 천 화백 주장대로 미인도가 위작임을 끝까지 밝혀내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려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김경갑/박한신 기자 kkk10@hankyung.com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6부(부장검사 배용원)는 19일 “소장 이력과 전문기관의 과학감정, 전문가 안목감정, 위작자임을 자처해 온 사람에 대한 조사 내용 등을 종합한 결과 미인도는 진품으로 판단된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5명을 무혐의 처분하고 이 미술관의 전 학예실장만 사자명예훼손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따라 지난 25년 동안 반복돼온 ‘미인도 진위 논란’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됐다.
덧칠·압인선 등 제작기법 ‘일치’
검찰은 우선 미인도의 제작기법이 천 화백의 다른 작품과 일치한다고 봤다. 화선지 위에 백반, 아교, 호분 등으로 바탕칠을 하고, 그 위에 수없이 덧칠 작업을 한 뒤, 희귀하고 값비싼 석채 안료를 사용해 채색을 완성하는 천 화백 특유의 기법이 미인도에서도 사용됐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미인도의 그림 밑층에 ‘다른 밑그림’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도 진품 근거로 들었다. 미인도 속 인물 아래에 다른 형태의 입술과 파마머리, 꽃 그림 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같은 숨겨진 밑그림은 천 화백의 다른 진품에는 있지만 위작으로 알려진 그림에는 없다”고 설명했다. 육안으로 관찰되지 않는 압인선(날카로운 필기구 등으로 사물의 외곽선을 그린 자국)이 ‘미인도’와 비교 진품의 꽃잎, 나비 등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점도 증거로 제시했다.
길고 길었던 ‘미인도 논란’
검찰은 미인도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을 통해 유통된 사실도 확인했다. 1977년 천 화백이 당시 중앙정보부 간부에게 미인도 등 그림 2점을 선물했고, 이 간부 아내가 대학 동문인 김 전 부장 아내에게 미인도를 선물했다는 것. 김 전 부장은 1980년 5월 당시 신군부 계엄사령부 산하 기부재산처리위원회에 그림을 헌납했고, 그림은 다시 재무부와 문화공보부를 거쳐 국립현대미술관(국현)에 최종 이관됐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1991년 4월 천 화백이 “내 목에 칼을 갖다 댄다고 해도 내가 그린 게 아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천 화백이 위작이라고 주장한 이유는 확실치 않다. 정준모 전 국현 학예실장은 “천 화백은 당시 국현의 기획전을 알리는 포스터 이미지를 보고 화를 내며 가짜라고 했고 이후 위작 논란이 계속됐다”며 “천 화백도 미인도가 가짜라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국현은 당시 한국화랑협회 산하 감정위원회에 감정을 의뢰해 진품 판정을 받았다.
잊혀진 듯했던 논란은 지난해 10월 천 화백이 두 달 전 타계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재점화됐다.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 씨(62)는 지난 5월 “미인도가 가짜인데도 진품이라고 주장한다”며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6명을 고소·고발했다. 김씨 측은 국현 직원의 자필 증언, 미인도에 쓰인 물감이 널리 사용된 물감이라는 점, 위작 감정에 참여한 위원의 증언, 다른 천 화백 작품과의 미학적 비교 분석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지난 9월에는 유족 측이 프랑스의 ‘뤼미에르 테크놀로지’팀을 국내에 데려왔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팀은 미인도가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1977년에 그린 천 화백의 진품 여러 점에 대한 고화질 특수 다중스펙트럼 촬영과 디지털 작업을 통해 비교한 결과 ‘가짜’라는 진단을 내놨다. 연구팀은 명암 대조와 빛의 균형, 눈·콧방울 등 9개 세부 항목으로 나눠 수치화한 결과 미인도는 모든 항목에서 진품과 다른 수치가 나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연구팀의 조사방법으로는 위조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유족 측 “추가 법적 대응”
유족 측은 검찰 발표에 대해 추가로 법적 대응을 할 방침임을 밝혔다. 미국에 거주하는 김씨는 “검찰이 국립현대미술관 쪽으로 많이 기울어진 것은 알고 있었지만 발표 내용이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다. 김씨 측의 배금자 변호사는 “항고도 하고, 재정 신청도 하겠다. 동시에 정부와 관련 개인들을 상대로 민사소송도 하겠다”고 밝혔다.
미술계의 한 관계자는 “유족 측은 천 화백 주장대로 미인도가 위작임을 끝까지 밝혀내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려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김경갑/박한신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