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효과?…호텔 도시락 판매 '대박'
호텔 도시락이 인기를 끌고 있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후 가격 거품을 빼면서 주변 직장인뿐 아니라 기업이나 학회 행사 등에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간편하게 한끼를 즐기려는 소비자가 많아진 것도 도시락 판매 증가의 이유로 꼽힌다. 세종호텔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베르디의 도시락(사진) 판매량이 지난달 2800개로, 1년 전보다 30배가량 늘었다고 19일 밝혔다. 이달 들어서도 매일 100개 넘게 팔리며 지난 18일까지 2300여개가 판매됐다.

이 호텔은 지난 9월28일 김영란법이 시행되자 레스토랑 매출을 늘리기 위해 도시락 시장을 겨냥했다. 세미나 같은 행사가 많은 기업을 대상으로 단체 주문을 받았다. 김영란법이 허용하는 기준에 맞추기 위해 메뉴 등을 조정해 2만~4만원대이던 도시락 가격을 1만~2만원대로 낮췄다. 1만원인 석쇠불고기 도시락과 2만7000원인 안심스테이크 도시락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급증했다. 같은 종류의 도시락을 10개 이상 주문하면 무료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심보섭 베르디 지배인은 “도시락이라도 호텔 레스토랑 음식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며 “도시락 매출이 식당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밀레니엄힐튼호텔은 점심시간에 서울 남산을 찾는 직장인을 중심으로 1만원 안팎의 샌드위치와 3만원대 일식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10월 이후 판매량이 1년 전보다 10% 넘게 늘었다. 신세계조선호텔이 포장 판매하는 샌드위치 매출도 작년보다 40% 늘었다. 워커힐호텔은 4월 서울 아차산 벚꽃축제를 찾는 나들이객을 대상으로 3만원대 도시락을 판매해 재미를 봤다. 워커힐호텔 관계자는 “한정 수량만 판매했는데 반응이 좋아 내년에도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