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20일 오후 4시21분

글로벌 사모펀드(PEF) 칼라일이 보유중인 의류 제조업체 약진통상의 기업공개(IPO)를 잠정 중단했다. 올해 초 매각에 실패한 뒤 상장으로 선회했으나 이마저 여의치 않다고 판단해서다. 올 들어 보유 기업을 상장하려던 사모펀드들의 계획이 줄줄이 무산되고 있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칼라일은 올 하반기 계획했던 약진통상 상장 작업을 보류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칼라일이 기대하는 만큼의 회사 가치를 평가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며 “내년에 시기를 봐서 매각 또는 상장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약진통상은 갭(GAP) 바나나리퍼블릭 올드네이비 등 미국 의류 브랜드 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하는 중견 의류 제조업체다. 2013년 칼라일이 지분 100%를 2048억원에 사들였다. 지난해부터 JP모간을 주관사로 정해 매각을 추진했으나 가격차로 무산되자 상장으로 투자금 회수 방향을 틀었다.

칼라일 외에 토종 사모펀드 IMM PE 등도 올 들어 보유 기업의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IMM PE는 올초 자동차 와이퍼 생산업체 캐프의 IPO 계획을 밝혔다가 취소했다. KTB PE의 동부익스프레스와 글랜우드PE가 갖고 있던 동양매직은 당초 상장을 추진하다가 매각으로 돌아서 거래를 성사시킨 사례다.

PEF가 보유한 기업 중 상장을 추진하는 곳은 ING생명이 유일하다. MBK는 연초부터 ING생명 매각을 진행했으나 중국계 인수 후보들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상장과 매각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사모펀드들이 줄줄이 IPO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은 대부분 매각 시기를 놓친 뒤 상장을 추진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매각에 실패해 시장에서 보는 기업 가치가 이미 한 차례 떨어지면 상장을 통해서도 원하는 만큼의 가치를 인정받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정소람/임도원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