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받으려면 다른 시각으로 문제 해결해야"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코스털리츠 미국 브라운대 교수 겸 고등과학원 석학교수(74·사진)는 20일 서울 청량리동 고등과학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과학자 누구나 노벨상을 받을 만한 기본 능력은 갖추고 있다”며 “다만 적절한 문제를 찾아 적절한 타이밍에 개인의 연구 능력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코스털리츠 교수는 한국과의 인연이 각별한 친한파(親韓派) 물리학자로 손꼽힌다. 그는 2004년부터 매년 1~2개월씩 아내와 함께 한국에 머물며 고등과학원에서 제자인 이주영 교수 등과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10월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있은 뒤 한국을 찾았다가 이달 10일 스웨덴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하고 다시 돌아왔다.

코스털리츠 교수 역시 많은 노벨상 수상자가 그렇듯 40년 가까이 긴 무명 시절을 보냈다. 1972년 버밍엄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스승이자 올해 노벨상을 공동 수상한 데이비드 사울레스 워싱턴대 명예교수와 함께 3차원이 아니라 선이나 평면 같은 1·2차원에서도 초전도체가 가능하다는 것을 규명했다. 연구 내용이 당시 과학 상식을 넘어서다 보니 몇 년간 논문 게재를 거부당했다. 그는 “차라리 평소 취미를 살려 전문 암벽등반가가 돼볼까 잠시 생각한 적도 있지만 언젠가 인정받을 것으로 믿고 한우물을 팠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입자물리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 코스털리츠 교수 아버지는 엔돌핀을 발견한 유대계 독일인 생화학자 한스 코스털리츠 박사다. 우연한 기회에 사울레스 교수를 만나 운명이 갈렸고 노벨상까지 받았다. 그는 “노벨상을 받으려면 새롭고, 중요하며, 남이 하는 것과 다른 연구를 해야 한다”며 “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스털리츠 교수는 “일부 물리 연구가 트랜지스터 같은 위대한 발명품을 낳았지만 결과만을 보고 연구해서는 안 된다”며 “대부분 위대한 발견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