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부른 중국의 '파일럿 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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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파일럿 '블랙홀'
숙련 조종사 부족에 영입 경쟁…연봉 2억5천만~3억5천만원 '유혹'
흔들리는 항공업계
작년 대한항공 조종사 46명 이직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임금 29% 인상" 22일부터 파업
고액 연봉의 그늘도
대부분 3년 단기 계약직…업무환경·복지혜택 등 달라
숙련 조종사 부족에 영입 경쟁…연봉 2억5천만~3억5천만원 '유혹'
흔들리는 항공업계
작년 대한항공 조종사 46명 이직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임금 29% 인상" 22일부터 파업
고액 연봉의 그늘도
대부분 3년 단기 계약직…업무환경·복지혜택 등 달라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이 22일부터 31일까지 열흘간 부분 파업에 들어간다. 임금 인상을 둘러싼 사측과 노조 간 의견 차가 커서다. 사측은 1.9%의 임금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조종사 노조에선 29%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항공 노사는 지난해 10월부터 1년2개월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임금협상이 끝나지 않아 올해 임금협상은 시작도 못했다. 업계에선 이 갈등의 밑바탕에 중국이 숨어있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발(發) 대혼란’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중국 블랙홀에 흔들린 조종사들
대한항공 조종사 평균 연봉은 1억4000만원이다. 노조가 제시한 임금 인상률(29%)을 적용하면 인상폭은 3920만원이다. 웬만한 월급쟁이 연봉을 한 번에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노조 측이 요구하는 인상률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2014년까지만 해도 두 자릿수가 넘는 인상안은 나온 적이 없다.
조종사 노조가 지난해 돌연 큰 폭의 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데는 중국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항공사들이 높은 연봉을 앞세워 국내 조종사들을 영입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조종사들의 눈높이가 달라졌다. 중국 항공사들이 제시하는 조종사 연봉(기장 기준)은 적게는 21만달러(약 2억5000만원), 많게는 30만달러(약 3억5000만원)에 달한다. 대한항공 조종사 평균 연봉의 두 배 수준이다. 한국뿐 아니라 러시아나 브라질 항공사의 조종사와 비교해도 네 배가량 높다. 고액 연봉으로 유명한 미국 델타항공 기장의 평균 연봉 20만9000달러보다도 많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중국 항공사를 ‘블랙홀’에 빗댄다.
고민 깊어지는 항공업계
중국 항공사들이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조종사를 영입하려는 데엔 이유가 있다. 중국은 2000년대 들어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항공 시장도 덩달아 확대됐다. 중국 내 항공사 수는 올 3분기 기준으로 총 55곳에 달한다.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28% 늘어난 규모다. 중국 정부는 연간 2000~3000명의 조종사를 길러내고 있지만 비행시간 4000시간, 이착륙 경험 350회 등 기장 자격이 있는 조종사는 단기간에 키울 수 없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커지는 항공산업에 비해 숙련된 조종사가 턱없이 부족해서 기장을 영입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런 제안을 받고 중국 항공사로 이직한 조종사도 많다. 대한항공에서 중국 항공사로 이직한 조종사는 지난해 46명에 달한다. 올 상반기에는 19명이 중국 항공사로 자리를 옮겼다. 또 다른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도 사정은 비슷하다. 아시아나항공에서 외국 항공사로 이직한 조종사는 지난해 15명, 올 상반기 4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 항공사로 간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업계에선 중국 때문에 국내 항공업계가 흔들리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조종사 인력 유출이 심화되면 국가적인 손실도 피할 수 없게 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서 근무하는 조종사의 절반가량은 군 출신이다. 공군 조종사 한 명을 양성하는 데 12~13년이 걸린다. 민간 조종사도 최소 8년이 넘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무턱대고 임금을 올려주는 것은 무리라는 게 항공사들의 얘기다. 조종사 임금을 크게 올려주면 그만큼 회사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일각에선 고액 연봉에 가려진 그늘도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항공사는 대부분 3년 계약직을 제시한다. 고용 보장이 어렵고 업무 환경, 복지혜택 등이 달라 중도에 돌아오는 조종사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대한항공 조종사 평균 연봉은 1억4000만원이다. 노조가 제시한 임금 인상률(29%)을 적용하면 인상폭은 3920만원이다. 웬만한 월급쟁이 연봉을 한 번에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노조 측이 요구하는 인상률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2014년까지만 해도 두 자릿수가 넘는 인상안은 나온 적이 없다.
조종사 노조가 지난해 돌연 큰 폭의 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데는 중국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항공사들이 높은 연봉을 앞세워 국내 조종사들을 영입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조종사들의 눈높이가 달라졌다. 중국 항공사들이 제시하는 조종사 연봉(기장 기준)은 적게는 21만달러(약 2억5000만원), 많게는 30만달러(약 3억5000만원)에 달한다. 대한항공 조종사 평균 연봉의 두 배 수준이다. 한국뿐 아니라 러시아나 브라질 항공사의 조종사와 비교해도 네 배가량 높다. 고액 연봉으로 유명한 미국 델타항공 기장의 평균 연봉 20만9000달러보다도 많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중국 항공사를 ‘블랙홀’에 빗댄다.
고민 깊어지는 항공업계
중국 항공사들이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조종사를 영입하려는 데엔 이유가 있다. 중국은 2000년대 들어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항공 시장도 덩달아 확대됐다. 중국 내 항공사 수는 올 3분기 기준으로 총 55곳에 달한다.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28% 늘어난 규모다. 중국 정부는 연간 2000~3000명의 조종사를 길러내고 있지만 비행시간 4000시간, 이착륙 경험 350회 등 기장 자격이 있는 조종사는 단기간에 키울 수 없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커지는 항공산업에 비해 숙련된 조종사가 턱없이 부족해서 기장을 영입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런 제안을 받고 중국 항공사로 이직한 조종사도 많다. 대한항공에서 중국 항공사로 이직한 조종사는 지난해 46명에 달한다. 올 상반기에는 19명이 중국 항공사로 자리를 옮겼다. 또 다른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도 사정은 비슷하다. 아시아나항공에서 외국 항공사로 이직한 조종사는 지난해 15명, 올 상반기 4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 항공사로 간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업계에선 중국 때문에 국내 항공업계가 흔들리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조종사 인력 유출이 심화되면 국가적인 손실도 피할 수 없게 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서 근무하는 조종사의 절반가량은 군 출신이다. 공군 조종사 한 명을 양성하는 데 12~13년이 걸린다. 민간 조종사도 최소 8년이 넘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무턱대고 임금을 올려주는 것은 무리라는 게 항공사들의 얘기다. 조종사 임금을 크게 올려주면 그만큼 회사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일각에선 고액 연봉에 가려진 그늘도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항공사는 대부분 3년 계약직을 제시한다. 고용 보장이 어렵고 업무 환경, 복지혜택 등이 달라 중도에 돌아오는 조종사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