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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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진 기자 ] 서울 강남구에서 애견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고양희(가명)씨는 최근 경기도에 분점을 내기로 하고 지역을 고민 중이다. 고씨는 지역별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도를 알아보기 위해 네이버 '데이터랩'을 이용했다. 지역별 관심도와 카드사용 통계를 조회해본 결과, 반려동물 관심도가 가장 높은 곳은 분당구였지만 실제 소비가 많은 곳은 남양주시였다.

데이터랩은 네이버가 내부 데이터와 공공·민간 분야 외부 데이터를 융합해 유통시키는 빅데이터 플랫폼이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손쉽게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트렌드는 물론 BC카드의 결제 빅데이터, 서울시 상권 분석 정보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윤영찬 네이버 부사장은 "빅데이터 시대엔 개인이 자신에게 필요한 데이터를 활용해 실생활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인 '데이터 리터러시'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반려동물 업종에 대한 경기도 지역별 검색관심도(위)와 카드사용통계를 조회한 결과.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반려동물 업종에 대한 경기도 지역별 검색관심도(위)와 카드사용통계를 조회한 결과.
◆개인이 지배하는 데이터

대기업과 전문가들의 전유물이던 빅데이터가 개인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동안 빅데이터는 주로 기업에서 마케팅이나 서비스 기획·개발을 위해 다뤄왔다. 그러나 최근엔 개인들도 실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자유롭게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빅데이터의 접근성을 높여준 곳은 포털이다. 국내 1위 검색 포털 네이버에선 매순간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가 발생한다. 1초마다 새롭게 생겨나는 검색 쿼리양은 7400개, 메일 전송량은 2700개, 이미지 등록수는 420개에 이른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쇼핑 검색어 순위.
네이버 데이터랩에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쇼핑 검색어 순위.
네이버는 이같은 데이터를 분석, 가공해 실생활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의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랩과 검색을 융합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의 지역정보 서비스인 '플레이스'에 등록된 상점을 검색하면 요일·시간대·연령·성별 검색 인기도를 확인할 수 있는 게 대표적이다. 식당 점주는 이 같은 지표를 참고해 타깃 고객층을 정하고 상품이나 메뉴를 개발할 수 있다.

데이터랩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쇼핑 검색어'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유용한 정보다. 내년 1월부터는 데이터랩에서 검색어별로 네이버 뉴스, 블로그, 포스트 등에서 어떤 콘텐츠가 많이 읽혔는지도 통계로 확인 가능할 전망이다.

◆빅데이터 공부 열풍

빅데이터가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면서 데이터 활용 능력을 키우려는 개인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직장인부터 비(非)전공 구직자까지 데이터 전문가를 꿈꾸며 전문가 양성 교육 프로그램에 몰리고 있다.

성인 대상 실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패스트캠퍼스에 따르면 지난 1월 10개에 그쳤던 데이터사이언스 교육 과정은 이달 현재 20개로 늘어났다. 이 회사는 데이터 분석에 대한 수강생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해 내년에 관련 교육 과정을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개인의 빅데이터 활용 능력을 키우려면 정부의 제도적인 차원에서 지원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 차원에서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려 빅데이터 전문가를 육성하고 그들이 각 업계에 투입돼 또 다른 전문가를 낳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개별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전문 인력을 키우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개인정보 보호 관련 규제의 완화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이은철 트레저데이터 한국지사장은 "빅데이터 산업이 발달한 일본은 오래 전부터 데이터를 모으고 공유하는 게 습관처럼 돼 있는 반면 한국은 개인정보 관련 규제가 심해 산업이 성장할 환경이 자리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