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21일 오후 3시1분

글로벌 미디어그룹인 월트디즈니컴퍼니 계열사가 연예인 김우빈, 김유정의 소속사인 IHQ 지분 5%를 인수한다. 미국계 미디어그룹이 한류 사업에 투자하는 첫 사례다. 양사는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한류 드라마와 공연 등 문화 콘텐츠 제작 및 유통 사업을 공동 추진할 계획이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월트디즈니컴퍼니 계열사인 A&E네트웍스는 국내 3위 케이블TV업체 딜라이브가 보유한 IHQ 지분 50.37% 중 5%를 매입하는 계약을 22일 체결한다. 매매가는 총 180억원(주당 2500원)으로 21일 종가(2085원)보다 20%가량 높은 수준이다. IHQ의 최대주주인 딜라이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국내 22개 채권금융회사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켓인사이트] 미국 미디어그룹, 한류사업에 첫 투자
이번 제휴는 한류 콘텐츠 사업을 해외로 확대하려는 IHQ와 국내 시장 진출을 추진하던 월트디즈니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성사됐다. 디즈니의 방송채널사업(PP) 계열사인 A&E네트웍스는 지난해부터 자사 방송 프로그램을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유통시킬 수 있는 플랫폼 확보를 추진해 왔다. A&E는 이번 제휴로 자사 대표 다큐멘터리 채널인 히스토리와 여성 전문 채널 라이프타임의 방송 프로그램을 딜라이브를 통해 방영할 예정이다. 히스토리와 라이프타임은 미국에서만 각각 9500만명 안팎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인기 채널이다.

IHQ는 한류 스타를 앞세운 콘텐츠를 디즈니 측 유통 채널을 통해 수출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드라마와 공연 등 콘텐츠를 디즈니 측과 합작하는 방안도 기대하고 있다. IHQ엔 김소현, 김우빈, 김유정, 장혁, 박재범, 황정음 등 한류 스타들이 대거 소속돼 있다. 드라맥스, 코미디TV 등 6개 방송 채널도 갖고 있고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방위로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미디어그룹이 국내 연예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자본을 투자한 첫 사례라는 것에서 의미가 크다. 딜라이브는 올해 초부터 전략적 제휴를 체결할 사업 파트너로 미국과 중국 기업 두세 곳을 놓고 협상을 벌이다가 A&E를 최종 선택했다. 또 지난 6월부터 미국의 ‘미디어 공룡’ 넷플릭스와 제휴해 인터넷 방송 시청(OTT)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미국계 콘텐츠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동안 국내 한류사업들이 주로 중국계 자본에 ‘러브콜’을 보낸 것과는 확연히 다른 흐름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미국계 대형 미디어그룹의 한국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들 미디어그룹이 앞으로 한국 유선방송 시장의 인수합병(M&A)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도 열려 있다.

현재 국내 케이블TV 시장에선 CJ헬로비전, 티브로드, 딜라이브 등 업계 1~3위 업체들이 모두 잠재적인 M&A 매물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MBK파트너스, 맥쿼리코리아오퍼튜너티즈펀드,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국내외 PEF 컨소시엄이 최대주주인 딜라이브는 몇 년 전부터 회사 매각을 추진했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CJ헬로비전은 지난해 11월 SK텔레콤과 경영권 매각 계약까지 체결했지만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M&A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매각이 최종 무산됐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