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9일 정유라 특혜 의혹 해명을 요구하며 시위하는 이대 교직원과 학생들. / 한경 DB
지난 10월19일 정유라 특혜 의혹 해명을 요구하며 시위하는 이대 교직원과 학생들. / 한경 DB
[ 김봉구 기자 ] 이화여대의 총장 공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유라 논란’ 여파다.

22일 이화여대에 따르면 최경희 전 총장의 사표가 수리된 것은 지난 10월21일. 정관상 2개월 뒤인 전날까지 후임 총장을 선임했어야 했다. 이날로 기한을 넘겼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해당 정관은 강제적 조항이 아니다. 총장 선임 절차부터 합의를 도출한 뒤 새 총장을 선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갈 길이 멀다. 학교 측은 이날 전체 교수를 대변하는 대의기구인 교수평의회를 창설했다고 밝혔다. 교수평의회에게 주어진 첫 역할은 새 총장 선출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화여대는 “교수평의회가 교수들 총의를 수렴해 새로운 총장 선출안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당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 가지 요인이 겹쳐 있어서다.

우선 정유라 파문이 채 마무리되지 않았다. 지난 15일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국정농단 사태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는 이대 교수들을 직접 겨냥했다. 이날 출석한 최경희 전 총장,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 등 핵심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렸다.

앞서 이화여대 법인의 자체 감사 결과 발표에서도 정유라에 대한 퇴학 및 입학취소 조치를 내렸지만 “정유라 특혜에 대한 조직접 개입은 없었다”는 결론을 냈다. 여전히 쟁점인 대목이다. 결국 정유라에 대한 직접 조사 없이는 진위를 가리기 어렵다.

또 다른 요인은 이번 사태가 교수들의 대학 운영 거버넌스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교수들 의사는 반영되지 않고 이사회가 독단적으로 총장을 선임하는 구조가 ‘불통 총장’을 낳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교수평의회 창설로 막 첫 걸음을 뗐을 뿐이다. 교수평의회가 총장 선출제도를 만들어 권고해 최종 확정돼야 비로소 총장 후보가 나설 수 있다. 즉 이제 선거 룰(rule)을 다듬는 조직이 출범해 관련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총장 선거는 아직 궤도에 오르지도 못한 셈이다.

이화여대는 학생들이 본관 점거농성을 시작한 지난 7월 말부터 학교 행정에 일부 차질을 빚어왔다. 여기에 총장 공석 상태마저 해를 넘기게 돼 대학 경영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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