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중 문화·인적 교류 축소돼서는 안돼
문화 및 인적 교류는 국가 간 관계를 유지하는 근간이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로 인한 한·중 관계의 냉각은 근본적으로 양국 간 이해 부족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한·중 양국 국민이 만나면 오랜 역사적 관계와 문화적 유사성을 즐겨 언급한다. 많은 한국인이 중국의 고사성어를 인용하고, 삼국지나 수호지에 나오는 영웅호걸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 현대 중국의 모습이나 사회주의 체제의 특수성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이 군사·안보 분야에서 그처럼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중국인들 역시 한국을 방문하면 마치 이웃집에 온 것처럼 편하게 느끼며 친근감을 갖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중국인들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부분의 중국인은 남한과 미국이 먼저 북한을 침략해 6·25전쟁이 일어났다고 이해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머릿속에 항상 맴돌고 있는 북한에 대한 우려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처럼 한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한국이 북한의 남침에 대한 방어용으로 배치하기로 한 사드 시스템을 중국은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용으로 간주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주 베이징에서 있었던 한·중 간 관광 분야 협력에 관한 합의는 매우 중요하다. ‘2016 한국관광의 해’ 폐막식에 참석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리진짜오 중국 국가여유국(관광국) 국장은 ‘한·중 관광시장 공동 관리·감독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이번 합의를 통해 우리 관광시장의 가장 큰 문제였던 저가 관광상품을 근절할 수 있게 됐고 앞으로 질 높은 한국 관광을 통해 국가브랜드 제고도 가능하게 됐다.

이번 합의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또 다른 이유는 ‘사드 정국’ 이후 한·중 간 고위 인사들의 교류가 거의 끊어진 상태에서 우리 문체부 장관의 방중이 이뤄지고 양자 간 질 높은 관광확대 정책에 합의했다는 점이다. 중국이 한국과의 문화적·인적 교류를 계속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이 특히 고무적이다.

차제에 한국 관광정책의 목표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관광객 유치의 가장 큰 목적이 경제적인 면에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에 못지않게 한국 역사와 문화, 정치·경제적 현안 등 우리의 관심사를 외국에 이해시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 따라서 향후 한·중 양국 국민의 상호 관광 일정에 쇼핑과 먹거리, 볼거리뿐만 아니라 서로의 역사와 문화, 국정 과제나 안보 현안을 이해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이번 관광분야 협력에 관한 합의의 분위기를 살려 그동안 사드 정국으로 중단되다시피 한 양국 간 문화산업 분야 협력이 재개되기를 기대한다. 최근 몇 달간 한국 연예인의 중국 방송, 광고, 영화 출연은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드라마 공동 제작이나 방영, 한류와 관련한 방송·연예 행사 또한 거의 중단됐다.

한국은 문화자원을 상품화하는 데 뛰어난 문화선진국이다. 중국 또한 무한한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는 문화대국으로서 양국 간 문화 분야의 협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정치·외교적 이유 때문에 문화 분야의 협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양측 모두에 손해일 뿐이다. 문화 협력과 인적 교류는 과거 2000여년 동안 한·중 관계를 유지해온 가장 중요한 요인이며 어떤 경우에도 축소돼서는 안 된다. 사실상 거의 중단된 한·중 문화산업 협력 재개를 위한 중국 정부의 통 큰 결단을 기대한다.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는 새해에는 인적·물적 교류와 문화 분야의 협력 확대를 통해 양국 관계가 한 단계 격상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정상기 <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