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달라는대로 줄테니 물건만…" 초호황 맞은 반도체 업계
“값은 달라는 대로 줄 테니 물건만 주시오.”

해외 정보기술(IT)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국내 반도체 업체 CEO를 찾아와 한 말이다. 반도체 업계가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모두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데다 수요도 이어지고 있다.

D램 공급은 늘어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D램을 생산하는 세 곳이 모두 증설을 망설이면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 가격이 좋은데도 증설하지 않는 것은 미세공정 기술이 10나노미터(㎚)까지 발전해 어려워지면서 한 개 공장을 증설하는 데 15조원 이상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다면 투자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조금씩 늘어선 투자가 D램값 하락을 부를 수도 있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공정 미세화가 더 이상 쉽지 않은 점도 D램 공급량이 대폭 늘어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다.

낸드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 확대에 힘입어 수요가 매년 30~40%씩 급성장 중이다. 삼성전자가 평택에 15조원을 투자해 내년 6월 3차원(3D) 낸드 공장을 가동하고, SK하이닉스도 22일 3D 낸드 공장을 새로 짓겠다고 밝힌 이유다.

이는 실적으로 드러난다. 미국 마이크론은 21일(현지시간) 지난 분기(8~11월)에 전 분기보다 23% 증가한 매출 39억7000만달러와 순이익 1억8000만달러를 올렸다고 발표했다. 지난 분기 1억7000만달러 적자에서 흑자전환한 것이다. 마크 던컨 CEO는 지난 분기에 D램과 낸드 판매량이 각각 18%와 26% 늘었고 D램 평균 판매가는 5%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4분기 반도체사업에서만 4조원 이상, SK하이닉스는 1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내년 시장 전망도 밝다.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의 확대로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시장은 장기 호황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