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0개월 만에 반등세로 돌아선 후 11월에 다시 전년 동월 대비 2.7% 증가율을 기록한 월간 단위 수출이 12월에 들어서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잘하면 4분기 수출이 2년 만에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로 가면 내년 수출증가율이 3%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경제전망 기관들은 내년 수출이 세계 교역 둔화 등을 감안할 때 기저효과 이상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예측하지만, 수출의 선전 여하에 따라서는 한국 경제가 기대 이상의 성장을 보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지난 11월 휴대폰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상승에 힘입어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액이 148억달러를 기록하면서 14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된 점은 희망적인 신호탄이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어려운 수출 환경에도 불구하고 수출 잠재력을 확인시켜주는 새로운 품목이나 기업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농산물 수출이 사상 처음 7조원을 돌파한 것은 한국 수출이 아직 뻗어나갈 분야가 적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의약품, 화장품도 마찬가지다. 중남미 시장에서는 K제약·바이오 열풍이 불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까지 들려온다.

벤처기업의 선전도 눈에 띄는 현상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1월 국내 벤처기업 수출액은 16억9057만달러(약 2조원)로 전년 동월보다 21.6%나 상승했다. 1~11월 누적 수출액은 160억717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3% 늘었다. 내수기업의 수출 성공도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중소·벤처기업으로 수출 저변이 확대되고, 수출제품 역시 다양화·고도화되고 있는 점은 향후 수출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한국 수출이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어려움에 부닥치고 있지만 중소·벤처기업의 활약이 또 하나의 돌파구가 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올해 1분기 이후 수출 감소세가 줄어들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출이 바닥을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내년 수출의 플러스 성장 전환이 더욱 힘을 얻는 이유다. 여기에 세계적인 디플레 약화는 수출단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보호무역 등으로 어려움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강(强)달러 현상은 수출에 긍정적이다. 유가 상승 또한 수출에는 희망적 시그널이다. 한국이 내년 수출에서 의미 있는 반전을 이뤄낸다면 경제성장도 그만큼 탄력을 받을 것이다. 비관론에 미리 주눅들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