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증 공모 논란 >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왼쪽)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5차 청문회’에서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을 사이에 두고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뒷모습)과 언쟁을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 위증 공모 논란 >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왼쪽)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5차 청문회’에서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을 사이에 두고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뒷모습)과 언쟁을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지난 20일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린 국회 본회의장. 질문에 나선 여야·무소속 의원 대부분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총리’라고 불렀다.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 등 일부만 ‘권한대행’이라는 정식 호칭을 사용했다. 황 대행이 국무총리 자격으로 대정부질문에 나오긴 했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중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지금까지 다섯 차례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에선 ‘증인’이라는 공식 호칭을 쓰지 않고 대다수 의원이 ‘당신’ 또는 ‘OOO씨’로 불렀다. 국회의원들이 청문회 증인에게 아랫사람을 대하는 듯한 호칭을 사용해 ‘호칭갑질’을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총리와 장관, 증인들이 꼬박꼬박 ‘의원님’으로 부르는 것과 대조적이다.

청문회 땐 “OOO증인”이 공식 호칭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나온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우병우 씨 당신은 더 이상 민정수석도 아니고 검사도 아니고 그저 최순실 국정농단의 조연으로, 검찰농단의 역을 맡아 사욕을 채운 증인으로 이 자리에 앉아 있다”고 했다. 손 의원은 지난 7일 증인으로 출석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도 ‘당신’이라는 표현을 썼다. 손 의원은 김 전 실장을 신문하면서 “나이 70세에 유신 독재자의 딸에게 빌붙어서 패악을 부리다가 이제 감옥으로 인생의 ‘커리어’를 마치게 될 것”이라며 “당신의 후손들은 아마도 할아버지를 부끄러워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증인을 ‘OOO씨’라고 부르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15일 청문회에 출석한 김경숙 이화여대 교수에게 “정유라 부정 입학의 중심은 바로 김경숙 씨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14일 나온 신보라 전 청와대 간호장교에게 “신보라 씨는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에 대한 진료는 없었다고 알고 있는 것이냐”고 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김 전 실장에게 “김기춘 씨”라고 했다가 “아, 죄송합니다. 김기춘 증인”이라고 했다.

“자세 바르게 하라” 메모도 막아

김성태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별위원장은 22일 청문회에서 우 전 수석이 답변 도중 뭔가를 적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자세 바르게 하라”며 “민정수석실 부하 직원들과 회의하는 장소도 아닌데 왜 메모하는 자세를 취하나. 의원들이 많은 내용을 질문할 때 잠깐 적으라고 한 것이지 본인이 하는 답변을 기억하라고 메모를 허용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증인이 자신의 답변을 복기하면서 위증을 시도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하지만 지나치게 고압적인 태도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확한 답변을 위해 오히려 메모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청문회 증인은 위증하면 1년 이상~10년 이하 징역형을 받는다. 청문회 증인의 묵비권, 변호사 조력권 등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회는 지난 18일부터 라디오를 통해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콘셉트로 한 광고를 하고 있다. 청문회 증인들에 대한 국회의원의 ‘갑질’은 국회가 힘을 쏟고 있는 특권 줄이기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물론 증인들의 답변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증인들은 ‘모르쇠’ 답변으로 일관해 의원들은 물론 TV중계를 지켜본 많은 국민을 화나게 했다. 쳇바퀴식 문답과 공방은 진실에 접근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적 절차를 지키는 청문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