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가지 키워드로 본 내년 부동산 시장
2017년 정유년 새해가 밝아오고 있다. 내년 부동산 시장 전망은 대체로 밝지 않다는 예상이 많이 나온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등 대외적 변수뿐 아니라 국내에서는 탄핵 및 조기 대통령선거 정국이란 돌발 변수가 등장했다. 국내 경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되는 데다 금리 인상 가능성, 주택 공급과잉 우려가 도사리고 있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 4년간 지속된 부동산 부양정책 기조도 사실상 투자 규제 강화와 수요 억제로 전환된 상태다. 가계부채 급증을 견제하면서 경기의 경착륙도 예방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정책의 유연한 조합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많은 부동산 전문가는 대내외적 불확실성까지 겹친 내년은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5개 키워드를 중심으로 전망한다.

○커지는 금리 인상 압박

미국 중앙은행(Fed)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미국의 금리 상승은 국내에서의 달러화 유출을 유도할 수 있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된다면 국내 기준금리도 시차를 두고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 시장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 주택 매입 수요가 줄어든다. 연체나 채무 불이행 증가로 경매 처분 되는 물량이 급증할 경우 집값이 폭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Fed의 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기준금리 상승이 아직 없는데도 이미 시중은행들은 금리를 상당폭 올린 상태다.

○‘미국 우선주의’ 위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 정책, 불법이민 규제, 환율전쟁, 45%에 이르는 보복관세 등을 공약했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관세율도 높아진다면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명백하다.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 고용시장은 더 얼어붙을 것이고 가계 소득도 줄면서 소비는 빙하기로 접어들 수 있다. 이 같은 경기침체의 악순환은 주택 수요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부동산 정책 기조 변화

정부는 지난 11월3일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강남지역 4구를 비롯해 경기 과천 등 투기 과열지역에 대한 전매제한 기간 강화 및 청약 재당첨 제한, 1순위 제한이 골자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취득세 감면, 양도세 완화, 주택담보대출 한도 상향 등 부동산 부양책이 주를 이뤘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규제로 선회하자 시장은 반응했다. 11·3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3주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0.08% 오르면서 상승세가 꺾였고, 재건축아파트값은 0.13% 떨어지는 등 하락세로 전환됐다.

○탄핵·조기 대선 정국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에는 대선 후보자의 공약에 힘입어 부동산 시장이 반짝 호황을 누리는 일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내년 대선은 상황이 다를 전망이다. 현 정부 들어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투기과열지구 재지정 등 부동산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선 공약들은 경제민주화 강화, 가계부채 해결 등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공급과잉·미분양 증가

2014년 이후 아파트 분양물량이 크게 늘었다.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37만가구에 이른다. 1999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미분양 아파트도 증가하고 있다.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2014년 4만379호에서 지난해 6만1512호, 올해는 9월 기준 6만700호를 기록했다.

분양받은 뒤 입주하지 않는 미입주도 아킬레스건이다. 입주 후 가격 상승 전망이 낮은 아파트에 대해 은행이 대출한도를 줄이면 미입주 사태가 발생하기 쉽다. 분양 이후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는다면 미입주 사태는 확산될 수 있다. 부동산 관계자는 “미분양은 집값 하락의 원인이 되고 미입주 사태는 시장에 즉시 충격을 준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있어 내년에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대체로 2017년 부동산 시장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가 줄어들고 안전자산 투자가 늘어나는 법이다. 부동산은 비교적 안전한 자산인 만큼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은 환금성이 낮아 상황이 어렵다고 바로 팔지 않는다”며 “금융시장이 불안할수록 부동산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심리가 위축된다 해도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진정되면 전반적인 저금리 흐름에서 유동자금이 다시 부동산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매달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승욱 특집기획부장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