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 하락요인보다 상승 요인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달러화 초강세 현상이 주된 요인이지만 최근에는 달러화 강세 이외의 원화만의 약세 요인들도 가시화되고 있다.

우선 원화와의 동조화 현상이 재차 강해진 중국 위안화 약세 흐름을 들 수 있다. 위안·달러 환율은 6.9463위안(23일 고시환율)으로 7위안을 목전에 두고 있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환율정책에 있어 다소 딜레마에 빠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 증폭이다. 즉, 위안·달러 환율의 7위안 안착을 용인할 경우 연초와 같은 투기현상 재발 우려가 있고 반면에 위안화 방어에 나설 경우 외환보유액 논란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11월말 기준으로 중국 외환보유액은 3조 520억 달러로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경우 외환보유액이 2조 달러대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7위안 용인이냐 3조 달러 수성 사이에서 중국 외환당국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위안화 가치는 물론 중국 채권시장마저도 불안한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위안화 가치의 불안은 원화 가치에도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다.

국내 외환수급 여건도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중이다. 트럼프 당선이후 국내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확대되고 있다. 11월 한달동안 주식시장에서는 약 1조 1900억원, 채권시장에서 1조 7980억원의 외국인 자금이 이탈됐다. 특히 8월 이후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되면서 1~11월 동안 채권시장에서 약 11조 8150억달러가 이탈했다.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과 트럼프 정책기대감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 압력으로 작용 중이다. 수급 요인이외에도 국내 정치불안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 역시 원화 약세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원화 약세 흐름은 일단 내년 1월 트럼프 대통령 공식 취임전까지 이어질 공산이 높아 보인다.
달러화 강세 흐름이 단기간 지속될 공산이 높고 위안화 약세 흐름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당사는 연초와 같은 중국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의 경색현상이 재연될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지만 점진적이지만 위안화의 추가 약세 현상이 이어질 공산이 높아 보인다. 시진핑 주석이 17년 중국 경제성장률 6.5% 하회를 용인할 수도 있다는 뉴스 역시 위안화의 추가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요인 역시 원화의 약세 현상을 지지할 여지가 있다. 내수경기 불안과 더불어 외환 수급여건이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자금 추가 이탈, 연기금 및 보험사를 중심으로 한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달러 수요 확대 그리고 삼성그룹의 M&A 관련 달러 수요 등은 연초 달러 수요를 확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1월 트럼프 공식 취임 이후 경제정책 내용 그리고 1월말 FOMC회의 결과 등이 달러화의 추가 강세를 결정짓는 분수령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1월말경이 원화의 추가 약세 진행 여부의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 shpark@hi-i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