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성탄절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부터 총 6건의 트윗을 게재했다. 핵무기 발언 파장을 후퇴시키는 메시지와 이스라엘 및 유대인들에 대한 구애의 메시지 등이 혼재돼 있었다.
사진=트럼프 트위터 캡처
사진=트럼프 트위터 캡처
지난 22일 트위터로 미국의 핵능력 강화 필요성을 언급해 ‘핵폭탄급’ 메시지를 날린 그는 24일 이 발언의 파장을 완화하려는 듯한 메시지를 NBC 뉴스를 지적하는 트윗의 형태로 남겼다. 22일 그가 남긴 메시지는 “미국은 세계가 핵무기와 관련한 분별력을 갖게 되는 시점까지는 핵 능력을 큰 폭으로 강화하고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전력 강화를 강조하는 발언을 한 후 나온 이 트윗에 대해 세계는 발칵 뒤집혔다. 냉전시대 핵 경쟁의 공포가 되살아났다.

23일 공포는 확대 재생산됐다. 미국의 언론인인 MSNBC방송 ‘모닝 조’ 프로그램의 여성 진행자 미카 브레진스키는 트럼프에게 트위터 발언의 진의를 물었는데 그가 “핵무기 경쟁을 하자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브레진스키에 따르면 트럼프는 “우리는 모든 면에서 그들을 능가하고 오래 견딜 것”이라고 덧붙였다. 푸틴도 다시 한 번 핵 전투 능력 강화를 언급하는 등 맞불을 놨다. 갑자기 세계 군비경쟁 분위기가 형성됐다.

◆핵무기 발언 약간 후퇴

24일 트럼프는 NBC 뉴스가 “의도적으로 내 핵무기 관련 언급을 일부만 보도했다”고 문제제기했다. 자신은 원래 ‘미국은 핵 능력을 큰 폭으로 강화하고 확장해야 한다’고만 말한 게 아니고 ‘세계가 핵무기와 관련한 분별력을 갖게 되는 시점까지’라는 단서조항이 있었는데, 단서조항을 빠뜨렸다며 “부정직하다!”고 그는 비난했다. 그가 줄기차게 매달리는 ‘부정직한 언론’ 프레임이다.

하지만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NBC 뉴스는 처음부터 그의 발언을 전문 인용했다. 또 미국 대선 1차 TV 토론 진행자였던 레스터 홀트가 진행한 NBC의 심야 뉴스 보도에서도 화면에 그의 트윗 전체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등은 후보 시절 홀트가 1차 토론을 진행하며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편을 들었다는 강한 의구심을 제기한 ‘악연’이 있다.

트럼프는 NBC 뉴스를 비판하는 트윗을 통해 자신의 실제 발언이 언론에 의해 과장됐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자신의 원래 발언은 진중했는데, 언론이 호들갑을 떨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푸틴 인용해 힐러리 공격

푸틴과의 관계가 건재하다는 뉘앙스의 트윗도 남겼다. 트럼프는 24일 공동의 적 힐러리 클린턴을 겨냥해 “블라디미르 푸틴이 오늘 힐러리와 민주당을 향해 ‘내가 보기엔, 권위도 잃고 패배할 수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완전히 참말(So true)이다!”고 언급했다. 우리(푸틴-트럼프) 사이는 아직 좋다는 뜻으로 들렸다.
사진=트럼프 트위터 캡처
사진=트럼프 트위터 캡처
성탄절을 맞아 그가 올린 종교적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기독교인인 그는 우선 유대교의 명절 ‘하누카’를 축하하는 메노라(6개의 촛대) 사진과 함께 ‘해피 하누카’ 메시지를 띄운 후, 수 시간 간격을 두고 ‘메리 크리스마스’ 사진을 하나 더 띄웠다. 동시에 띄울 수도 있었는데 상당한 간격을 둔 점이 특이하다.

트럼프는 늘 자신이 기독교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타 종교에 배타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무슬림 때문에 예수의 태어남을 축하하는 ‘메리 크리스마스’를 쓰지 못하게 됐다며 공격했다. 그런 그가 성탄절을 맞아 예수를 구세주로 인정하지 않는 유대교를 우선 언급한 것이다.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문제에 관한 유엔 투표를 거부할 것이냐, 기권할 것이냐를 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맞붙으며 이스라엘 편을 들었던 것과 시기적으로 맞물린다. ‘나는 이스라엘 편’이라는 강력한 신호다.

동시에 자신이 타 종교에 배타적이라는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행보로도 해석할 수 있다. 혹은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따라 유대교로 개종한 맏딸 이방카 트럼프를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