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스'의 시대…영화도 책도 내 손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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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생산자 경계 사라지는 문화계
일반인 "나도 제작자"
다큐멘터리 영화 '뚜르'
자전거마니아들 십시일반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
문화적 다양성 확대
교보 주문형 출판 '퍼플', 5년새 이용자 30배 늘어
취미생활·여행기 책으로
일반인 "나도 제작자"
다큐멘터리 영화 '뚜르'
자전거마니아들 십시일반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
문화적 다양성 확대
교보 주문형 출판 '퍼플', 5년새 이용자 30배 늘어
취미생활·여행기 책으로
‘자전거 마니아’인 직장인 박상훈 씨(31)는 영화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 개봉을 손꼽아 기다렸다. 체육교사를 꿈꾸던 한 남성이 희귀암 때문에 시한부 삶을 선고받고도 세계적 자전거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 코스를 완주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제작비 문제와 상업성 부족으로 영화 개봉에 어려움을 겪자 그는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했다. 영화는 카카오 스토리펀딩에서 1555만원을, 크라우드 펀딩 중개업체 와디즈를 통해 6850만원을 모금했다. 이 과정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개봉이 확정됐다. 박씨는 “의미 있는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메이커스’ 바람을 타고 문화계에도 문화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수동적인 소비자에 머물던 대중이 문화상품을 주문, 제작하는가 하면 영화 제작, 출판 등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상업성이 보장된 대중적 영화와 책이 주로 유통되던 과거와 달리 다양성 영화, 다양한 장르의 서적이 늘어난 이유다. 문화시장이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요가 적다고 문화상품을 만들지 못하던 시대는 지났다. 주문 제작하면 된다. 출판사 위즈덤하우스는 ‘가치있는 소비, 낭비없는 생산’을 모토로 한 온라인 플랫폼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에서 김승옥 작가가 1977년 출간한 유일한 수필집 뜬 세상에 살기에 초판 복각본과 개정본을 단독 판매한다. 조건이 있다. 출판을 위한 최소 주문 수량인 200명을 넘어야 한다. 지난 21일 기준 408명이 주문해 출판에 성공했다.
일반인이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책을 내는 ‘독립 출판’ 붐도 일고 있다. 전문 작가가 아니라도 자신의 취미생활, 여행기, 일기 등을 출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교보문고의 주문형 출판(POD) 서비스 ‘퍼플’ 이용 건수는 2011년 500건에서 2016년 1만5500건으로 30배가량 늘어났다.
강의를 듣고 출판의 기본 노하우를 익힌 직장인 전하영 씨는 지인 최민준 씨와 코타키나발루에서 포카라까지 여섯 개 도시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과 에세이를 모은 책 우리의 초록을 출간했다. 인사의 온기에 이어 두 번째 책이다. 그는 “독자와 감정을 공유하고, 작은 서점들에서 입점 문의가 꾸준히 올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독립 출판물은 최근 늘어나는 오프라인 서점들과도 시너지를 내고 있다. 서울 창전동의 동네 서점 이후북스는 전체 도서 중 독립 출판물 비중이 60%에 달한다. 황남희 이후북스 대표는 “독립 출판물에는 틀에 박히지 않은 새로움과 다양성이 있다”며 “인터넷 서점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좋은 독립 출판물을 엄선해 소개하면 동네 서점만의 차별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저자가 직접 자신의 책을 홍보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 서적에 대한 독자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독립 출판물로 인기를 끈 작가는 출판사와 계약을 맺기도 한다. 일러스트 작가 배성태 씨가 자신의 신혼생활을 소소하게 풀어낸 《구름껴도 맑음》은 독립 출판물로 시작해 인기를 끌자 중앙북스에서 정식 출간됐다.
유행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각자의 문화적 취향을 담은 상품을 소비하는 ‘가치 소비’ 성향도 두드러진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2017년 소비 트렌드로 소비자가 만드는 수요 중심 시장을 꼽으면서 이를 ‘컨슈머토피아’라고 이름 붙였다. 김 교수는 “모바일 온디맨드 서비스 등으로 아무리 작더라도 수요가 있으면 그에 맞춰 제품을 제작하는 수요 중심 경제가 가능해졌다”며 “소비자가 시장 주도권을 쥐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세계적인 ‘메이커스’ 바람을 타고 문화계에도 문화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수동적인 소비자에 머물던 대중이 문화상품을 주문, 제작하는가 하면 영화 제작, 출판 등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상업성이 보장된 대중적 영화와 책이 주로 유통되던 과거와 달리 다양성 영화, 다양한 장르의 서적이 늘어난 이유다. 문화시장이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요가 적다고 문화상품을 만들지 못하던 시대는 지났다. 주문 제작하면 된다. 출판사 위즈덤하우스는 ‘가치있는 소비, 낭비없는 생산’을 모토로 한 온라인 플랫폼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에서 김승옥 작가가 1977년 출간한 유일한 수필집 뜬 세상에 살기에 초판 복각본과 개정본을 단독 판매한다. 조건이 있다. 출판을 위한 최소 주문 수량인 200명을 넘어야 한다. 지난 21일 기준 408명이 주문해 출판에 성공했다.
일반인이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책을 내는 ‘독립 출판’ 붐도 일고 있다. 전문 작가가 아니라도 자신의 취미생활, 여행기, 일기 등을 출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교보문고의 주문형 출판(POD) 서비스 ‘퍼플’ 이용 건수는 2011년 500건에서 2016년 1만5500건으로 30배가량 늘어났다.
강의를 듣고 출판의 기본 노하우를 익힌 직장인 전하영 씨는 지인 최민준 씨와 코타키나발루에서 포카라까지 여섯 개 도시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과 에세이를 모은 책 우리의 초록을 출간했다. 인사의 온기에 이어 두 번째 책이다. 그는 “독자와 감정을 공유하고, 작은 서점들에서 입점 문의가 꾸준히 올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독립 출판물은 최근 늘어나는 오프라인 서점들과도 시너지를 내고 있다. 서울 창전동의 동네 서점 이후북스는 전체 도서 중 독립 출판물 비중이 60%에 달한다. 황남희 이후북스 대표는 “독립 출판물에는 틀에 박히지 않은 새로움과 다양성이 있다”며 “인터넷 서점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좋은 독립 출판물을 엄선해 소개하면 동네 서점만의 차별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저자가 직접 자신의 책을 홍보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 서적에 대한 독자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독립 출판물로 인기를 끈 작가는 출판사와 계약을 맺기도 한다. 일러스트 작가 배성태 씨가 자신의 신혼생활을 소소하게 풀어낸 《구름껴도 맑음》은 독립 출판물로 시작해 인기를 끌자 중앙북스에서 정식 출간됐다.
유행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각자의 문화적 취향을 담은 상품을 소비하는 ‘가치 소비’ 성향도 두드러진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2017년 소비 트렌드로 소비자가 만드는 수요 중심 시장을 꼽으면서 이를 ‘컨슈머토피아’라고 이름 붙였다. 김 교수는 “모바일 온디맨드 서비스 등으로 아무리 작더라도 수요가 있으면 그에 맞춰 제품을 제작하는 수요 중심 경제가 가능해졌다”며 “소비자가 시장 주도권을 쥐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