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시설 44%가 낙제점…업무정지 받아도 명의 바꿔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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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지 못할 노인요양시설
요양급여 '눈먼 돈' 타내려 우후죽순 설립
수익성 나빠지자 부정수급·편법운영 잇따라
정부 "휴면시설 퇴출…노인학대 감독 강화"
요양급여 '눈먼 돈' 타내려 우후죽순 설립
수익성 나빠지자 부정수급·편법운영 잇따라
정부 "휴면시설 퇴출…노인학대 감독 강화"
고령 노인들이 이용하는 장기요양기관 10곳 중 4곳이 시설이나 운영 측면에서 낙제점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노인 학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서비스 질도 매우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요양시설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이고 노인요양보험으로 연명하는 낙후 시설을 하루빨리 퇴출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난무하는 편법·불법 운영
고령화 문제가 부각되면서 2008년 노인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된 것을 계기로 장기요양기관은 2008년 8000개에서 지난해 1만8000개로 116.4% 폭증했다. 이용자도 같은 기간 15만명에서 48만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들 시설이 제공하는 서비스 질은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이 2014~2015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기관 정기평가 결과를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1만1773개 시설 가운데 43.7%에 달하는 5154곳이 A~E등급 중 D(19.8%) 혹은 E(23.9%) 등급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불법·편법 운영도 난무했다. 올 1~8월에만 510개 요양기관이 158억원의 부당청구로 적발됐다. 업무정지 처분을 받고도 동생 등 지인 명의로 다시 시설을 차려 영업하는 사례도 많았다. 노인 학대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2011~2015년 입소시설 내 노인 학대 건수는 연간 270건에 달했다.
진입은 쉽지만 퇴출은 안 돼
노인요양시설 운영이 ‘총체적 부실’을 보이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구조적으로 시설 설립에 대한 진입장벽이 거의 없는 반면 한 번 들어오면 퇴출이 쉽지 않다. 급속한 고령화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정부는 2007년 누구나 신고만 하면 장기요양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지자 부정수급 등의 방법으로 연명하는 장기요양기관이 많아졌다.
시설 관리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 2년에 한 번씩 종합평가를 하지만 노인요양법상 최하 등급인 E등급을 받아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 감독 역량도 부족하다. 지난 6월 기준 전국 229개 지자체의 장기요양기관 담당자 한 명당 맡아야 하는 요양기관 수는 평균 58.4개에 달한다. 현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의 질도 낮다. 240시간 의무교육을 이수하고 국가시험을 치르지만 크게 어렵지 않아 합격률이 85%를 넘는다.
장기요양기관의 산업화는 요원하다. 국내 고급 노인복지시설은 삼성 노블카운티가 유일하다. 선우덕 보건사회연구원 장기요양연구팀장은 “요양시설 수요자가 현재 50만명 수준으로 많지 않은 데다 요양병원과 달리 기술집약적 산업이 아니라 노동집약적 산업”이라며 “대학병원처럼 큰돈이 들어오기 어려운 구조라서 대자본이 들어올 유인도 적다”고 말했다.
정부 “휴면시설 퇴출”
정부는 26일 제5차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노인장기요양기관 운영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장기간 운영하지 않는 기관에 대해 지자체가 직권 지정취소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수기로 하던 근무기록과 결산 자료 등의 전자 관리를 의무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비리와 부실 우려를 차단하고 요양기관 내 노인 인권 침해를 근절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더해 서비스 질을 떨어뜨리는 낙후시설을 퇴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인요양시설 관계자는 “반복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은 시설은 폐쇄하도록 ‘재지정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 수, 시설 규모, 원장 자격 등 시설 신설에 대한 진입장벽도 높일 필요가 있다. 선우 팀장은 “장기요양보험 시스템에 ‘비급여’ 제도를 도입해 좀 더 나은 서비스를 받고 싶은 수요를 대상으로 산업화를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난무하는 편법·불법 운영
고령화 문제가 부각되면서 2008년 노인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된 것을 계기로 장기요양기관은 2008년 8000개에서 지난해 1만8000개로 116.4% 폭증했다. 이용자도 같은 기간 15만명에서 48만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들 시설이 제공하는 서비스 질은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이 2014~2015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기관 정기평가 결과를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1만1773개 시설 가운데 43.7%에 달하는 5154곳이 A~E등급 중 D(19.8%) 혹은 E(23.9%) 등급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불법·편법 운영도 난무했다. 올 1~8월에만 510개 요양기관이 158억원의 부당청구로 적발됐다. 업무정지 처분을 받고도 동생 등 지인 명의로 다시 시설을 차려 영업하는 사례도 많았다. 노인 학대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2011~2015년 입소시설 내 노인 학대 건수는 연간 270건에 달했다.
진입은 쉽지만 퇴출은 안 돼
노인요양시설 운영이 ‘총체적 부실’을 보이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구조적으로 시설 설립에 대한 진입장벽이 거의 없는 반면 한 번 들어오면 퇴출이 쉽지 않다. 급속한 고령화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정부는 2007년 누구나 신고만 하면 장기요양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지자 부정수급 등의 방법으로 연명하는 장기요양기관이 많아졌다.
시설 관리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 2년에 한 번씩 종합평가를 하지만 노인요양법상 최하 등급인 E등급을 받아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 감독 역량도 부족하다. 지난 6월 기준 전국 229개 지자체의 장기요양기관 담당자 한 명당 맡아야 하는 요양기관 수는 평균 58.4개에 달한다. 현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의 질도 낮다. 240시간 의무교육을 이수하고 국가시험을 치르지만 크게 어렵지 않아 합격률이 85%를 넘는다.
장기요양기관의 산업화는 요원하다. 국내 고급 노인복지시설은 삼성 노블카운티가 유일하다. 선우덕 보건사회연구원 장기요양연구팀장은 “요양시설 수요자가 현재 50만명 수준으로 많지 않은 데다 요양병원과 달리 기술집약적 산업이 아니라 노동집약적 산업”이라며 “대학병원처럼 큰돈이 들어오기 어려운 구조라서 대자본이 들어올 유인도 적다”고 말했다.
정부 “휴면시설 퇴출”
정부는 26일 제5차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노인장기요양기관 운영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장기간 운영하지 않는 기관에 대해 지자체가 직권 지정취소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수기로 하던 근무기록과 결산 자료 등의 전자 관리를 의무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비리와 부실 우려를 차단하고 요양기관 내 노인 인권 침해를 근절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더해 서비스 질을 떨어뜨리는 낙후시설을 퇴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인요양시설 관계자는 “반복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은 시설은 폐쇄하도록 ‘재지정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 수, 시설 규모, 원장 자격 등 시설 신설에 대한 진입장벽도 높일 필요가 있다. 선우 팀장은 “장기요양보험 시스템에 ‘비급여’ 제도를 도입해 좀 더 나은 서비스를 받고 싶은 수요를 대상으로 산업화를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