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심사정의 '파교심매도'
조선 남종화의 창시자로 알려진 현재 심사정(1707~1769)은 겸재 정선, 관아재 조영석과 함께 조선 후기 사대부 출신 화가들인 ‘사인삼재(士人三齋)’ 중 한 사람이다.

스무 살 때 겸재 문하에서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웠으나 조부(심익창)가 영인군(훗날 영조) 시해 모의 사건의 배후 인물로 지목돼 역적 가문으로 몰린 후에는 중국의 화보(畵譜)를 스승 삼아 독학으로 그림을 익혔다. 중국 산수화에서 터득한 12가지 준법과 겸재로부터 배운 꼿꼿한 화법을 바탕으로 중국 남종화를 조선의 새로운 미학으로 승화시켰다.

현재가 1766년에 제작한 이 그림은 추운 겨울에 말을 타고 매화를 찾아 나선 선비의 고아한 자태를 묘사한 수작이다. 중국 당나라 시인 맹호연이 장안(長安) 동쪽에 있는 파교를 건너 눈 덮인 산에서 매화를 찾아다녔다는 고사를 소재로 삼았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