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평균 100만개 계란 출하
고성 오리 농장서 AI 신고
경남 전역 확산조짐에 비상
인부들은 살아 있는 닭을 10여 마리씩 포대에 담아 날랐다. 양계장 밖에서 대기하던 작업자들은 이 포대를 파란색 섬유강화플라스틱(FRP)통에 넣고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닭을 질식사시켰다. 죽은 닭들은 다시 땅에 묻어둔 대형 FRP통으로 옮겨 담아 밀봉 처리했다. 살처분 작업에 참여한 배필한 양산시청 농업기술센터 도시화훼담당은 “전에는 땅을 파 구덩이에 그냥 묻었는데 지금은 침출수를 방지하고 토양오염을 막기 위해 FRP통을 활용하고 있다”며 “살아 있는 닭을 생매장한다는 비난이 많아 안락사 과정을 거치는데 이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경남지역 산란계 집산지인 양산에 AI가 발생한 때는 지난 24일. 양산시 상북면 좌삼리 고려1농장에서 의심 증상이 신고돼 확인한 결과 H5형 AI 확진 판정을 받았다. 25일 용역업체 인력 35명을 동원해 발생 농장 한 곳에서 닭 6만마리를 살처분했다. 26일부터는 발생 농가로부터 500m 이내 5개 농가에서 키우는 산란계 10만8000마리에 대한 살처분에 들어갔다. 인력 230여명, 굴착기와 덤프트럭 등 장비 45대, 방역복 240벌 등이 투입됐다. H5형 확인에 따라 고병원성 여부는 농림축산검역본부 최종 판정을 거쳐 28일께 나온다.
AI 방역대가 양산에서 무너지면서 경남지역 전체 양계산업이 위기에 직면했다. 경남에선 8269개 농가에서 1374만7500여마리의 가금류를 사육한다.
28개 농가에서 108만마리의 산란계(달걀을 낳는 닭)를 키우는 양산시는 거창군(12개 농가, 119만마리)과 함께 경남지역 최대 산란계 집산지다. 하루 평균 100만개의 계란을 출하한다. 2000년 이후 경남에서 발생한 네 번의 AI 모두 양산이 첫 발생지다. 도와 양산시는 AI 발생 농장에서 반경 10㎞ 안 가금류 132만마리의 이동을 제한하고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AI는 경남 전역으로 확산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도는 고성군 마암면 오리 농가에서 신고가 추가로 들어와 검사한 결과 H5형 AI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도와 군은 해당 농장에서 사육 중인 오리 1만1000여마리를 살처분했다.
AI에 산란계 집산지가 초토화하면서 달걀값이 폭등하고 있다. 양산을 포함해 앞서 AI가 발생한 경기 포천, 전북 김제는 대표적 산란계 사육지역으로 국내 달걀 공급량의 15%를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산란계를 정상적으로 입식하는 것은 내년 중반 이후에나 가능해 당분간 가격 폭등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양산=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