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한다. 미·일 간 전쟁의 역사를 청산하고 미·일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참배 외교’다.

27일 NHK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태평양전쟁과 베트남전쟁 등으로 희생된 미군 병사들이 묻힌 하와이 국립태평양기념묘지를 방문해 헌화하고 묵념했다. 이 자리에는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과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이 동행했다.

하와이 이주 일본인이 묻힌 일본인 묘지와 에히메마루호 위령비도 찾아 추모했다. 일본 에히메현 우와지마수산고 실습선인 에히메마루호는 2001년 하와이 오아후섬 앞바다에서 미군 핵잠수함과 충돌한 뒤 침몰해 배에 타고 있던 학생과 교사 등 아홉 명이 사망했다.

하와이 방문(26~28일)의 백미는 28일이다. 아베 총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1941년 진주만 공격으로 침몰한 전함 애리조나 승무원을 추모하는 애리조나기념관에서 함께 헌화하고 희생자를 추모한다.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은 일본 현직 총리로서는 네 번째지만 미·일 정상이 함께 위령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은 지난 5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원폭기념관 방문의 답방 성격이 강하다.

아베 총리는 헌화 뒤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부전(不戰)’의 맹세와 미·일 간 화해의 가치를 강조하는 10분 전후 분량의 소감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메시지에는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사죄는 물론 반성이란 말도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2015년 4월 미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표현한 2차 대전에 대한 ‘통절한 반성’이나 진주만 공습에 대한 ‘깊은 회오’에 비해 후퇴한 내용이다.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은 전쟁에 따른 비극의 역사를 청산하고 아시아·태평양 내 둘도 없는 미·일 동맹을 연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과시하기 위해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지난 15~16일 러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일본 국민의 실망을 지우고 대미 외교 성과를 강조해 장기 집권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의도도 포함됐다는 관측이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