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 인수처럼…이재용의 삼성, 깜짝 놀랄 '바이오 빅딜'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세계적인 자동차 전장(電裝) 업체인 하만을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에 인수합병(M&A)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하만 빅딜의 실무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삼성전략혁신센터(SSIC)가 주도했다. 구글 페이스북 등 M&A를 통해 성장하는 실리콘밸리 기업처럼 M&A 기회를 찾으려고 2012년 만든 조직이다.

삼성은 그동안 부품(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분야를 담당하는 SSIC, 완제품과 소프트웨어 분야를 맡은 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GIC) 등 두 곳의 M&A 조직을 운영해 왔다. 내년에는 바이오 분야 M&A 조직을 추가로 설립한다.

◆M&A 통해 바이오 키운다

삼성의 바이오 투자는 2010년 시작됐다. 신(新)수종사업의 하나로 바이오·의약을 선정하고 2011년 4월 바이오의약품 수탁생산(CMO) 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세웠다. 또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바이오시밀러(항체의약품 복제약) 연구개발 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2014년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함께 아키젠바이오텍을 세웠다.

반도체, 스마트폰 사업이 이건희 회장 업적이라면 이재용 부회장이 키우는 사업은 전장과 바이오가 꼽힌다. 이 부회장은 바이오 사업에서 ‘제2의 삼성전자’를 만들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왔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2020년까지 매출 60조원과 이익 4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 분야 성과는 아직 초기 단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립 이래 계속 적자를 내왔다. CMO에서는 론자(스위스), 베링거인겔하임(독일) 등 터줏대감이 버티고 있다. 바이오에피스, 삼성메디슨 등도 마찬가지다.

이런 바이오 사업에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신기술·혁신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M&A가 필요하다는 게 삼성 측 인식이다.

실리콘밸리에선 바이오 투자가 붐을 이루고 있다. 구글은 2013년 노화 연구를 하는 칼리코를 세웠고 지난해 프래티론헬스란 바이오 신생 기업에 1억3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아마존도 올해 노화 방지를 연구하는 유니티 테크놀로지에 1억2700만달러를 투자했다. 페이팔의 피터 틸은 14곳의 바이오 기업에 투자했으며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최근 의학 연구에 30억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하만 인수처럼…이재용의 삼성, 깜짝 놀랄 '바이오 빅딜' 나온다
◆베트남계 미국인이 주도

하만 인수처럼…이재용의 삼성, 깜짝 놀랄 '바이오 빅딜' 나온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인텔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한 해 수십 개씩 신생 기업을 M&A하면서 성장해 왔다. 이른바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구글의 경우 주력 사업인 안드로이드, 유튜브 등이 모두 M&A 결과물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빠른 추격을 통해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회사로 올라섰다. 하지만 혁신 기술로 새로운 산업을 이끌어가는 ‘시장 선도자(퍼스트 무버)’의 DNA를 확보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 때문에 삼성은 2012년부터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본격화했다.

2012년 실리콘밸리에 SSIC와 GIC를 각각 세우고 부품과 완제품·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현재까지 100여개 기업을 인수하거나 투자했다. 삼성페이의 핵심 기술을 제공한 루프페이,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개발 중인 스마트싱스, 인공지능 회사인 비브랩스 등이 이렇게 인수한 회사다.

SSIC와 GIC를 이끄는 수장은 실리콘밸리 출신들이다. 손영권 SSIC 사장은 인텔, 애질런트테크놀로지 등 미국 반도체업체에서 오래 일해 현지 사정에 밝다. 손 사장은 올초 기자와 만나 “삼성은 지난해 1000개 이상 회사를 살펴봤고 54개 기업에 투자했다”며 “이 과정에서 루프페이 같은 곳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GIC는 AOL, 구글 등에서 일한 데이비드 은 사장이 총괄한다. 은 사장은 “GIC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우수한 사례를 삼성으로 가져오는 문화적 변화 주도자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신설될 바이오 투자 조직의 책임자는 S급(천재급) 인재로 알려진 쿠앙 도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이 맡는다. 그는 50대로 베트남계 미국인으로 알려졌다. 미국 다트머스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유명 컨설팅회사를 거쳤다. 이 부회장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한국과 실리콘밸리를 오가며 일해왔으며, 삼성의 외인 컨설팅 부대인 글로벌스트래티지그룹(GSG)을 이끌고 있다.

김현석/남윤선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