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 29명이 27일 국회에서 탈당 회견을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정양석 김영우 김무성 이학재 권성동 황영철 이종구 김세연 장제원, 가운뎃줄은 이군현(왼쪽부터) 홍문표 강길부 유승민 홍일표 여상규 이진복 김재경 김학용, 앞줄은 오신환(왼쪽부터) 유의동 이은재 정운천 정병국 주호영 박성중 박인숙 하태경 김성태 의원. 이혜훈 의원은 개인 사정으로 기념촬영에 불참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 29명이 27일 국회에서 탈당 회견을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정양석 김영우 김무성 이학재 권성동 황영철 이종구 김세연 장제원, 가운뎃줄은 이군현(왼쪽부터) 홍문표 강길부 유승민 홍일표 여상규 이진복 김재경 김학용, 앞줄은 오신환(왼쪽부터) 유의동 이은재 정운천 정병국 주호영 박성중 박인숙 하태경 김성태 의원. 이혜훈 의원은 개인 사정으로 기념촬영에 불참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이 27일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에 나서면서 ‘4당 체제’(원내교섭단체 기준)가 됐다. 4당 체제는 1990년 민주정의당과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 등 3당 합당으로 사라진 지 26년 만이다.

새누리당은 의석이 99석으로 줄면서 원내 2당으로 밀렸고, 더불어민주당(121석)이 1당이 됐다. 무소속을 포함해 야당이 3분의 2가 넘는 201석을 차지하면서 정치 지형에 큰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전통적인 보수 대 진보, 영·호남 대결 양상에서 벗어나 야당 내 합종연횡이 일어나는 혼돈의 구도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무엇보다 야당이 힘을 합하면 국회선진화법은 무력화된다. 국회선진화법의 핵심은 여야 의견이 갈리는 법안에 대해 소관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 5분의 3(본회의 기준 180명) 이상이 동의하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새누리당은 국회선진화법을 이용해 법안 처리를 방어하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보수신당이 뜻을 모으는 법안은 무사통과가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법제사법위원회 등 6개 상임위는 새누리당 의원 3분의 1선이 무너졌다.

대기업규제 강화 등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 보수신당의 주축을 이루는 세력은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경제민주화 실천모임’ 의원들이다. 유 의원은 법인세율 인상, 출자총액제한제 강화, 집단소송제 도입,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 등을 주장해왔다.

이 같은 방안들은 다른 야당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보수신당과 힘을 합해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상법개정안,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법안 등도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박완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2월 임시국회에서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관련 법안 처리를 준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노동 관련 입법도 야당 뜻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유 의원은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 데만 집중하고 양극화, 불평등,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 입법에 문제가 많다”고 주장해왔다. 여권이 추진해온 노동개혁법안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다만 야당이 모든 현안에 한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안보 문제와 관련, 보수신당은 창당선언문에서 ‘강한 국방력’을 내세우면서 “어설프고 감성적인 접근을 배격한다”고 다른 야당과 거리를 뒀다. 국민의당과 보수신당 간 ‘캐스팅 보트’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야당들은 현안별로 협조와 대립을 거듭하는 국면을 연출할 가능성이 높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