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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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丁酉年) 새해에는 코스피지수가 '박스피'란 오명을 벗을 수 있을까? 주요 증권사들은 국내 기업들의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코스피가 박스권을 벗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증권사는 2350선까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 실적이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린다면 가시화 될 미국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은 상승 폭을 조절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 시계가 빨라지고,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된다면 국내 증시도 상승동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경닷컴은 1일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6개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코스피 전망을 비롯 대내외 변수의 향방을 점검했다.

◆"코스피, 지난해보다 낫다"…1870~2350선 전망

주요 증권사들은 2017년 코스피가 지난해보다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6개 증권사의 올해 코스피 상단 전망치는 2250~2350선, 하단 전망치는 1870~1950선이다. 지난해 코스피의 연중 최고점(2073.89), 최저점(1817.97)과 비교해보면 상단이 200포인트 가량 높다.

미래에셋대우와 하나금융투자가 가장 긍정적인 전망치를 내놨다. 이들은 1950~2350선을 예상했다. 신한금융투자는 1900~2350선, 삼성증권은 1870~2300선을 제시했다.

코스피 상장기업들의 순이익이 지난해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올해 증시도 이같은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점쳐졌다.

하나금융투자는 "코스피 상장사들의 2017년 순이익은 작년보다 약 12% 증가한 114조원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구조조정으로 부실 기업이 퇴출되면 남아있는 곳을 중심으로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가파른 이익 증가세로 증시도 강세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코스피 상단 전망치를 비교적 낮게 설정했다. NH투자증권이 예상한 코스피 상단은 2250, 한국투자증권은 2260이다. 미래에셋대우와 하나금융투자보다 90~100포인트 낮은 수치다.

하나금융투자는 국내 기업의 호실적이 증시에 상승동력이 될 것으로 풀이했지만, 한국투자증권은 실적과 업황 개선세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

한국투자증권은 "미국을 필두로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어 국내 기업의 이익회복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며 "시장 상승은 지속되겠지만 속도는 느릴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에너지 자급률 제고 등으로 미국·중국의 소비 회복이 한국에 미치는 성장 유발계수도 하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금리인상 '6월, 12월…총 2차례'에 무게

박스피 탈출에 있어 미국의 금리인상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금리인상 여부와 속도에 따라 세계 증시의 흐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인상되면 시중 자금이 은행 등으로 몰리고 달러가 강세를 띈다. 달러 강세는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가들에게 위기다.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의 자금 이탈이 증시에 하락 압력을 넣는 탓이다.

이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서 올해 미국이 금리를 3차례 올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왔지만,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2차례 금리인상을 예상하고 나섰다. 2번의 금리인상은 시장의 예상에 부합하는 비교적 완만한 속도로 분석되고 있다. 3차례의 금리인상은 '가속도'가 붙은 결정으로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미국의 금리인상은 6월과 12월에 총 2번 이뤄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5곳의 증권사가 같은 의견을 냈다.

신한금융투자는 "미국의 경기 상승동력이 3번의 금리인상을 지지할 만큼 강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FOMC가 금리를 3차례 올린다면 달러 강세 압력을 높여 미국의 경기 회복이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3차례의 금리인상을 전망한 한국투자증권은 "트럼프 정부의 등장과 관계 없이 미국의 경기회복 경로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추후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중심으로 주택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금리 인상을 지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증권사 6곳 중 4곳, 올해 초 '달러 약세 전환' 예상

달러 전망에 관해서는 증권사 6곳 중 4곳이 약세 전환에 손을 들었다. 금리인상이 비교적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란 예상과 맥을 같이 하는 것. 트럼프 정부의 정책 조정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완화적 통화정책 시행으로 강달러 기조가 약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2월 달러가 약세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금융투자는 "달러 강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2월 중순께에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시기에 한국 중국 대만 독일 등 주요 관찰국의 환율 안정화 조치(파인 튜닝) 시도도 진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신한금융투자는 "미국의 소비·경기 회복에 따른 경상적자 확대는 약 달러 요인"이라며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축소로 미국과 유로존 간의 통화정책 차별화가 좁혀지는 점 또한 달러 약세를 부추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한국투자증권은 지속적인 달러 강세를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미국의 소비 경제 회복, 3회에 이르는 금리인상, 트럼프의 재정확대 등이 달러 강세를 자극할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도 분기마다 상승하는 등 달러 강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다.

달러 흐름에 있어 국내 정치상황도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대통령 선거가 조기 실시된다면 원·달러 환율 및 기업 정책에 큰 변화를 가지고 올 것"이라며 "대선 이후에는 정책 불확실성이 완화돼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 자금 유입이 빨라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내가 제일 잘나가?…"은행·IT 독주 이어진다"

지난해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파동을 뒤로하고 눈부신 독주를 펼쳤다. 금리인상이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란 기대감을 업고 은행주도 상승곡선을 그렸다. 올해도 이들 업종이 유망할 것으로 지목됐다.

미래에셋대우는 반도체를 포함한 IT(정보기술)업종이 올해도 상승세를 이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증권사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머신러닝, 자율주행차 등으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라며 "IT는 여러 업종 중에서도 가장 업황이 좋다"고 분석했다.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IT주를 추천 종목으로 선정했다.

은행주는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이 추천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앞으로 금리, 물가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돼 은행의 예대 마진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은행주와 국내 은행주 간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차이도 줄여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삼성증권은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경기민감주가 시장의 관심을 받을 것"이라며 "과거 저성장·저물가 환경에서 선호되던 테마성 성장 업종, 경기방어주들은 상대적으로 부진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