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연말 임원 인사 분석] 불안한 미래에 '전략통 CEO' 떴다…"AI·바이오 등 새 먹거리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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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5개 그룹 신임 CEO 31명 살펴보니…
"현장에 답이 있다"…야전형도 중용
서울대 12명 최다…인문계 60% 넘어
"현장에 답이 있다"…야전형도 중용
서울대 12명 최다…인문계 60% 넘어
올해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 기획과 신사업 발굴에 강한 ‘전략통’이 약진했다. 과거 불황기에 관리에 능한 ‘재무통’이 뜨던 추세와 대비된다. 당장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보다 미래 먹거리를 찾는 게 시급하다고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현장을 잘 아는 ‘야전형’ 최고경영자(CEO)도 중용됐다.
◆SK·GS·한화 핵심에 ‘전략통’
한국경제신문이 29일 10대 그룹(자산 기준, 공기업 금융회사 제외) 중 임원 인사를 마친 SK LG GS 한화 현대중공업 등 5개 그룹의 사장 이상 승진·전보자 31명(오너 일가 제외)을 분석한 결과다. 유형별로는 전략통이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야전형(8명) 재무통(4명) 영업통(3명) 순이었다. 나머지 6명은 법무 광고 등 다양한 분야 출신이다.
그룹별로 보면 전략통 CEO의 부상은 변화와 혁신을 부르짖은 SK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최태원 SK 회장은 올해 대대적인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룹 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에 전략통 CEO를 전진배치했다. 조대식 신임 수펙스 의장이 대표적이다. 조 의장은 2007년 재무담당 임원으로 삼성에서 SK로 옮겨왔지만 이후 바이오, 반도체 소재, 액화천연가스(LNG) 등 SK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며 전략통으로 거듭났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신임 사장도 입사 초부터 줄곧 기획과 전략 업무를 거친 전략통이다. SK이노베이션은 유가에 좌우되는 천수답식 사업구조 탈피와 성장 정체가 핵심 과제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 사장에 전략통인 지동섭 수펙스 사무국장이 선임된 것도 같은 흐름이다. 박정호 신임 SK텔레콤 사장은 SK(주) C&C에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스마트팩토리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을 주도했다. 박 사장은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휴대폰 시장 정체로 활력을 잃은 SK텔레콤을 혁신하라’는 임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영봉 GS에너지 부회장과 금춘수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장(부회장)도 전략통으로 꼽힌다. 이들은 올해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하 부회장은 30년간 종합상사에서 근무한 상사맨으로 자원개발 사업과 신시장 개척에 성과를 냈다. 2014년 GS E&R 대표를 맡아 열병합발전소 사업을 안착시켰고 올해 GS에너지 대표를 맡으면서 해외 사업과 자원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금 부회장은 그룹에서 ‘재무전략통’으로 불릴 만큼 관리와 기획 측면에서 두루 인정받고 있다. 한화생명(옛 대한생명)과 한화큐셀(옛 큐셀) 인수, 한화종합화학(옛 삼성종합화학) 한화테크윈(옛 삼성테크윈) 등 화학·방산 분야 인수합병(M&A)과 인수한 회사를 그룹에 통합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세탁기 박사’ 조성진, ‘엔지니어’ 박성욱
LG에서는 야전형 CEO가 승승장구했다. ‘세탁기 박사’로 통하는 조성진 LG전자 생활가전담당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LG전자 전체를 총괄하게 됐다. 생활가전 1등 DNA를 휴대폰, TV 등 다른 분야로 확산하라는 메시지다. 조 부회장은 고졸(용산공고) 출신으로 LG전자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해 40년간 가전 한우물만 판 끝에 LG전자 사령탑에 올랐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하며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LG디스플레이에서 생산기술센터장, 최고생산책임자(CPO) 등 ‘현장 캡틴’을 지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도 정통 엔지니어 출신으로 올해 부회장을 맡았다. 반도체 기술 경쟁력 확보와 실적 개선 공로를 인정받았다.
불황에 빠진 조선업계에서도 야전형 CEO가 ‘소방수’로 등용됐다. 강환구 현대미포조선 사장이 현대중공업 사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생산본부장이 현대미포조선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두 명 모두 설계 전문가다. 강 사장은 조선설계실 출신 중 처음으로 사장에 오른 인물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이 지주사인 SK(주) 사장으로 이동했고, 홍순기 (주)GS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영업통’ 중에선 선박해양 영업을 책임진 가삼현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인문계 출신 강세, 특정고 쏠림 없어
CEO들의 학부 전공은 인문계가 19명으로 이공계(11명)보다 많았다. ‘인구론(인문계 90%가 논다)’이란 말이 나올 만큼 대졸 신입사원 채용에서는 인문계가 홀대받고 있지만 사장단 인사에선 인문계가 강세를 나타냈다.
전공별로는 경제·경영학과가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법학(3명), 어문계열(2명), 사회과학계열(2명) 순이었다.
출신 대학별로는 서울대가 12명으로 가장 많았다. 연세대(7명), 고려대(5명) 가 뒤를 이었다. 출신 고교는 과거처럼 경기고 등 특정 명문고 ‘쏠림 현상’이 사라진 게 특징이다. 경남고(3명)와 서울고(2명)를 제외하면 두 명 이상인 고등학교가 없었다. 50대 CEO가 대부분 고교 평준화(1974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 세대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용석/노경목 기자 hohoboy@hankyung.com
◆SK·GS·한화 핵심에 ‘전략통’
한국경제신문이 29일 10대 그룹(자산 기준, 공기업 금융회사 제외) 중 임원 인사를 마친 SK LG GS 한화 현대중공업 등 5개 그룹의 사장 이상 승진·전보자 31명(오너 일가 제외)을 분석한 결과다. 유형별로는 전략통이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야전형(8명) 재무통(4명) 영업통(3명) 순이었다. 나머지 6명은 법무 광고 등 다양한 분야 출신이다.
그룹별로 보면 전략통 CEO의 부상은 변화와 혁신을 부르짖은 SK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최태원 SK 회장은 올해 대대적인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룹 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에 전략통 CEO를 전진배치했다. 조대식 신임 수펙스 의장이 대표적이다. 조 의장은 2007년 재무담당 임원으로 삼성에서 SK로 옮겨왔지만 이후 바이오, 반도체 소재, 액화천연가스(LNG) 등 SK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며 전략통으로 거듭났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신임 사장도 입사 초부터 줄곧 기획과 전략 업무를 거친 전략통이다. SK이노베이션은 유가에 좌우되는 천수답식 사업구조 탈피와 성장 정체가 핵심 과제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 사장에 전략통인 지동섭 수펙스 사무국장이 선임된 것도 같은 흐름이다. 박정호 신임 SK텔레콤 사장은 SK(주) C&C에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스마트팩토리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을 주도했다. 박 사장은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휴대폰 시장 정체로 활력을 잃은 SK텔레콤을 혁신하라’는 임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영봉 GS에너지 부회장과 금춘수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장(부회장)도 전략통으로 꼽힌다. 이들은 올해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하 부회장은 30년간 종합상사에서 근무한 상사맨으로 자원개발 사업과 신시장 개척에 성과를 냈다. 2014년 GS E&R 대표를 맡아 열병합발전소 사업을 안착시켰고 올해 GS에너지 대표를 맡으면서 해외 사업과 자원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금 부회장은 그룹에서 ‘재무전략통’으로 불릴 만큼 관리와 기획 측면에서 두루 인정받고 있다. 한화생명(옛 대한생명)과 한화큐셀(옛 큐셀) 인수, 한화종합화학(옛 삼성종합화학) 한화테크윈(옛 삼성테크윈) 등 화학·방산 분야 인수합병(M&A)과 인수한 회사를 그룹에 통합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세탁기 박사’ 조성진, ‘엔지니어’ 박성욱
LG에서는 야전형 CEO가 승승장구했다. ‘세탁기 박사’로 통하는 조성진 LG전자 생활가전담당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LG전자 전체를 총괄하게 됐다. 생활가전 1등 DNA를 휴대폰, TV 등 다른 분야로 확산하라는 메시지다. 조 부회장은 고졸(용산공고) 출신으로 LG전자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해 40년간 가전 한우물만 판 끝에 LG전자 사령탑에 올랐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하며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LG디스플레이에서 생산기술센터장, 최고생산책임자(CPO) 등 ‘현장 캡틴’을 지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도 정통 엔지니어 출신으로 올해 부회장을 맡았다. 반도체 기술 경쟁력 확보와 실적 개선 공로를 인정받았다.
불황에 빠진 조선업계에서도 야전형 CEO가 ‘소방수’로 등용됐다. 강환구 현대미포조선 사장이 현대중공업 사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생산본부장이 현대미포조선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두 명 모두 설계 전문가다. 강 사장은 조선설계실 출신 중 처음으로 사장에 오른 인물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이 지주사인 SK(주) 사장으로 이동했고, 홍순기 (주)GS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영업통’ 중에선 선박해양 영업을 책임진 가삼현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인문계 출신 강세, 특정고 쏠림 없어
CEO들의 학부 전공은 인문계가 19명으로 이공계(11명)보다 많았다. ‘인구론(인문계 90%가 논다)’이란 말이 나올 만큼 대졸 신입사원 채용에서는 인문계가 홀대받고 있지만 사장단 인사에선 인문계가 강세를 나타냈다.
전공별로는 경제·경영학과가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법학(3명), 어문계열(2명), 사회과학계열(2명) 순이었다.
출신 대학별로는 서울대가 12명으로 가장 많았다. 연세대(7명), 고려대(5명) 가 뒤를 이었다. 출신 고교는 과거처럼 경기고 등 특정 명문고 ‘쏠림 현상’이 사라진 게 특징이다. 경남고(3명)와 서울고(2명)를 제외하면 두 명 이상인 고등학교가 없었다. 50대 CEO가 대부분 고교 평준화(1974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 세대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용석/노경목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