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프리미엄'에는 지갑 열었다
올해 가전과 자동차 시장은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였다. 가전의 대표격인 TV는 올해 판매가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동차시장도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끝난 하반기부터 크게 위축됐다. 시장이 쪼그라드는 와중에도 선방한 제품이 있다. 고성능, 최신 기술, 새로운 디자인으로 무장한 프리미엄 제품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의 SUHD TV와 LG전자의 OLED TV,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의 EQ900 및 G80 등의 판매량은 기대 이상이었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제대로 된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올초 세계 TV 판매량이 2014년 2억3492만대에서 지난해 2억2625만대로, 올해 2억2251만대로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반전 카드는 프리미엄 TV였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퀀텀닷 SUHD TV의 3분기 판매량은 전년보다 60% 성장했다”며 “연간 판매량은 전년의 두 배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 OLED TV 판매 증가율은 100%가 넘는다. IHS는 세계 OLED TV 판매량이 지난해 33만5000대에서 올해 68만대로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OLED TV의 99% 이상을 LG전자가 생산한다. 냉장고와 세탁기도 프리미엄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불황에도 '프리미엄'에는 지갑 열었다
자동차 시장도 비슷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말 선보인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잘 팔렸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올해(1~11월) 국내에서 6만983대가 판매됐다.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 전체 판매 대수(58만6481대)의 10.4% 수준이다. 제네시스 첫 모델인 EQ900(해외명 G90)는 작년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2만2276대의 판매실적을 올렸고, 두 번째 모델인 G80(DH제네시스 포함)도 출시 5개월 만에 1만8232대가 팔렸다. 특히 올 11월 한 달간 G80 판매량은 5051대로 브랜드 출범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많이 판매됐다. 수입차에 성능과 디자인은 뒤지지 않으면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고급차 시장에서 바람을 일으켰다.

도병욱/김순신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