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신년 화두] "마부작침(磨斧作針) 자세로 대내외 리스크 훌쩍 넘자"
연말을 맞아 경제 장관들이 신년사를 통해 내년 포부를 밝혔다. 내용은 ‘불안’과 ‘각오’라는 두 단어로 요약된다.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지만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겠다는 다짐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대외적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과 신정부의 정책 전환, 신흥국 불안 우려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내부적으로도 기업 구조조정,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구조적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비와 투자심리를 회복해 경기에 활력이 살아나도록 하고 대외 불확실성과 대내 리스크에 대비한 안전판을 튼튼히 하겠다”며 “청년 일자리, 영세자영업자, 저소득층 등을 위한 민생 안정과 함께 구조개혁, 4차 산업혁명, 저출산·고령화 등 미래 대비를 위한 정책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사자성어를 인용한 각오로 신년사를 마무리했다. 그는 “마부작침(磨斧作針: 아무리 어려운 일도 꾸준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의 자세로 신발 끈을 동여매고 다 함께 힘차게 출발하자”고 말했다. ‘희망의 메시지’도 덧붙였다. 유 부총리는 “우리에게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업과 근로자, 국민과 정부가 하나로 뭉쳐 경제 위기를 훌륭하게 극복한 경험이 있다”며 “다시 한 번 우리의 역량을 하나로 묶어 나가면 대한민국 경제의 밝은 모습을 확인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신년사는 수출에 초점이 맞춰졌다. 올 들어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증가한 달은 8월과 11월밖에 없었다. 연간 수출액은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 장관은 “새해에는 ‘연간 수출 플러스 전환, 수출 5000억달러 회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겠다”며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통상 현안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상호 호혜성을 미국 신정부에 적극 설명하겠다”며 “중국의 비관세장벽 문제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다행히 내년 수출 전망은 밝다. 미국과 주요 신흥국 성장이 회복되고 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 약세,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 등 긍정적인 요인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수출과 수입이 각각 3.9%, 7.3%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420년 전 또 다른 정유년(1597년)에 이순신 장군은 ‘아직 12척의 배가 있다’며 상유십이(尙有十二)의 정신으로 싸워 명량해전을 대승으로 이끌었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소명을 완수하겠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구조적 불안 요인인 가계부채와 기업구조조정 문제는 일관된 원칙으로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신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ICT) 혁신으로 지능정보사회 선도’라는 목표를 정했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생태계를 공고히 해 창조경제의 성과를 확산해 나가겠다”고 했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건강보험료 체계 개편에 대한 의욕을 보였다. 그는 “새해에는 암·희귀질환 등의 높은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며 “합리적인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방안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신위본(以信爲本: 믿음이 가장 근본이다)이라는 말처럼 국민이 정부에 보내는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새해에는 혁신이 촉진되는 경쟁적 시장과 대·중소기업 간 건강한 기업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물경소사(勿輕小事) 소극침주(小隙沈舟)라는 문구가 있는데 이는 작은 틈새가 큰 배를 가라앉히니 아주 작은 일도 가벼이 여기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라며 “공무원의 본분을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업무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