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은행권 부행장(보) 인사에선 상업고 출신이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은행 경영의 핵심인 여신 분야 전문가의 승진도 많았다. 연공서열이 아니라 성과주의 문화가 확산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상고 출신·평균 55세·여신 전문가가 부행장 '별' 달았다
한국경제신문이 30일 신한 국민 KEB하나 농협 부산 대구 등 여섯 개 은행의 부행장급 승진자 30명을 분석한 결과 전체 승진자의 40%인 12명이 상고를 졸업한 뒤 입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린상고(현 선린인터넷고)와 덕수상고(현 덕수고), 대구상고(현 상원고), 광주상고(현 동성고) 출신 부행장 승진자가 두 명씩이었다. 부산상고(현 개성고) 경기상고 동지상고(현 동지고) 마산상고(용마고) 출신이 한 명씩이다.

은행별로 신한은행 이기준(선린상고)·진옥동(덕수상고) 부행장과 김창성 부행장보(경기상고), 국민은행 오평섭(광주상고)·이용덕(대구상고) 부행장, KEB하나은행 한준성(선린상고)·정정희(덕수상고) 부행장이 상고를 나왔다. 대구은행 윤이열(동지상고)·이준걸(대구상고) 부행장보도 상고 출신이다. 상고 출신 12명의 절반(6명)은 입행한 뒤 야간대 등에 진학해 졸업했지만 절반은 최종 학력이 고졸이었다.

출신 대학별로는 쏠림현상 없이 말 그대로 ‘춘추전국’ 양상을 보였다. 고려대 출신이 세 명(10%)으로 그나마 많았다. 부산대와 충남대가 두 명씩이었고 연세대 서강대 중앙대 경희대 홍익대 출신은 한 명씩이었다. 서울대는 한 명도 없었다. 전공은 경제·경영이 절반에 가까운 14명(46.6%)을 차지했다.

시중은행장은 “출신 학교와 전공을 보지 않고 업무 성과와 리더십 등 실무적인 평가에 집중하는 것이 최근 인사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일본현지법인의 순이익을 끌어올린 점을 인정받아 이례적으로 한 번에 두 단계 승진한 진옥동 신한은행 부행장이 대표적이다.

출신 지역도 다양했다. 서울 영남 호남 출신이 각각 여덟 명(26.7%)으로 고르게 분포했다. 충청(네 명) 출신이 그 뒤를 이었고, 경기와 강원 출신도 한 명씩 나왔다. 시중은행만 보자면 신한은행은 전체 여덟 명 중 다섯 명(62.5%), KEB하나은행은 세 명 중 두 명(66.6%)이 서울 출신이다. 국민은행은 세 명 중 두 명(66.6%)이 호남 출신으로 조사됐다.

평균연령은 55세로 나타났다. 1960년생이 13명으로 가장 많았고 1961년생이 여섯 명이었다. 내부 승진 기준으로 가장 젊은 부행장은 한준성 KEB하나은행 부행장(50)이었다.

승진자 경력별로는 여신분야 전문가가 15명(50%)에 달했다. 대부분 풍부한 영업현장 경험을 토대로 여신 심사 노하우를 인정받아 개인·기업 여신을 총괄한 경력이 있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개인·기업 여신의 옥석 가리기를 통한 건전성 관리가 최대 화두가 되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핀테크(금융+기술) 등 미래금융과 투자은행(IB),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임원들도 전진 배치됐다. 성장동력 발굴이라는 최고경영자(CEO)들의 고민이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여섯 개 은행의 부행장급 인사에서 승진자 30명 중 여성은 권미희 부산은행 부행장보(준법감시인) 한 명에 불과했다. 신한 국민 KEB하나 우리 농협 등 국내 5대 은행 중 현재 여성 부행장은 내년부터 KB금융그룹에서 지주·은행·증권 겸직을 통해 자산관리(WM)부문 총괄을 맡는 박정림 KB금융지주 부사장이 유일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여성 인재 풀이 적기 때문”이라며 “본부장 이하 직급에서는 여성 인재들이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성과만 있으면 언제든 윗자리로 올라갈 수 있다는 인사문화 확산이 보수적인 은행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