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도 목표 수익률 정해 적극적 관리해야"
퇴직연금 시장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129조2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전년 동기(110조3000억원)보다 17.1% 늘어났다. 퇴직연금의 중요성이 커지고 덩치도 불어나고 있지만 내실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자금의 90%가량이 예·적금에 묶여 있다. 저금리 상황에서 노후자산을 굴리다 보면 결국 퇴직 후 받는 자산은 줄어든다. 장기 수익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6 대한민국 퇴직연금 대상’을 수상한 기관이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연환산 기준 6.55%의 수익률을 거둬 은행 보험 증권사를 통틀어 1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의 최형준 퇴직연금영업1부 팀장(사진)은 “펀드는 가입한 다음날부터 수익률을 확인하지만 상대적으로 퇴직연금에는 무심한 측면이 있다”며 “노후설계를 거친 뒤 역산하고 현재 투자해야 할 금액과 추구해야 할 수익률을 정해 적극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바뀔까.

“아직은 적립금 기준으로 회사에서 운용하는 확정급여(DB)형이 70%, 가입자 개인이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이 30%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DB형이 20%, DC형과 IRP가 80%다. 우리 시장도 이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올해 중순께 도입될 것으로 보이는 기금형 제도가 정착되면 더욱 그렇다. 기금형은 자금을 모아 운용을 전문가에게 전담시키고 수익률을 높이는 제도다. 이는 자본시장의 영역이다. 장기수익률을 보면 증권사가 보험사나 은행보다 유리하다. 미국을 봐도 퇴직연금 시장 1위는 피델리티증권, 2위가 뱅가드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사가 강자다.”

▷자금은 여전히 예·적금에 묶여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예금 등 원리금보장 상품에 총 적립금의 90.4%가 묶여 있다.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은 7.4%에 그친다. 다만 지금과 같은 저금리 기조가 고착되면 예금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자연스럽게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투자자 교육이 중요하다.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데 이미 5~6년 정도 운용해본 투자자는 원리금보장형보다는 실적배당형의 장기수익률이 높다는 것을 체득했다.”

▷요즘 트렌드는 어떤가.

“2008년에는 밸류펀드가 퇴직연금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2010년에는 배당펀드가 대세였다. 최근에는 미국 등 선진국 시장으로 분산투자를 많이 한다. 워낙 금리가 낮다 보니 DB형에서도 실적배당형 상품(펀드)에 관심을 가진다. 주식은 불안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고 대신 부동산펀드가 뜬다. 3~5년 운용하고 매각하는 상품이다. 은행이자보다 더 높은 확정수익을 주는 상품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움직이고 있다.”

▷퇴직연금에 무관심한 사람도 많다.

“퇴직금 자체를 너무 멀리 생각한다. 내가 노후에 써야 할 자산이다. 한푼이라도 늘리는 게 맞다. 내가 만 64세 때 받는 국민연금이 138만원 정도다. 서울 기준으로 부부 2인이 250만원은 있어야 살 수 있는데 절반밖에 안 된다. 그래서 퇴직연금제도가 만들어졌다. 국민연금의 부족분만큼 퇴직연금, 개인연금 3층탑을 쌓는 거다.”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일단 정기적으로 들여다보자. 이 자금이 최종적으로 얼마나 쌓일지 추정해봐야 한다. 노후에 어느 정도 수준으로 살려면 얼마나 필요할지 포트폴리오를 짜보자. 그러면 얼마나 부족한지 안다. 그걸 모으기 위해 매달 얼마를 붓거나 몇 % 수익률이 필요한지 역산하는 것이다. 상품을 정기적으로 갈아타는 것도 필요하다.”

▷리밸런싱이 왜 중요한가.

“일단 목표 수익률을 세운 뒤 그에 맞는 상품을 편입하고 6개월이든 1년이든 수익률이 달성되면 그 시점부터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야 한다. 반대로 어느 정도 손해를 보면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갈아타는 식이다. 목표 수익률뿐 아니라 흔히 말하는 ‘한계 손실률’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투자자가 결정해야 하는 문제다. 퇴직연금 사업자도 금융감독원에서 만든 투자권유 준칙을 따른다. 근로자마다 투자성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적정 수익률과 손실률을 설정한 뒤 알맞은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