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1676~1759)은 뛰어난 필치와 사실적 묘사로 조선시대 독자적 화풍인 ‘진경산수’를 개척해 회화사에 큰 자취를 남긴 화성(畵聖)이다. 1741년 서울 양천(양천구 일대)현감으로 부임한 겸재는 이듬해에 소악루에서 남산(옛 목멱산)의 일출을 손에 잡힐 듯 그려낸 명작을 남겼다. ‘목멱조돈(木覓朝暾)’이다. ‘낙산사’ ‘문암관일출도’와 함께 겸재의 3대 일출 풍경으로 꼽히는 이 걸작은 간송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부감법(俯瞰法)으로 묘사한 이 작품에는 남산과 함께 막 머리를 내미는 붉은 해가 앙증맞게 그려져 있다. 남산에 비껴 뜨는 해의 절반만 살짝 보여줘 ‘가림과 숨김’의 미의식을 담아냈다. 그 앞에 만리재, 애오개, 노고산, 와우산도 보인다. 북악산과 인왕산 쪽에서만 남산을 바라보고 자란 겸재가 65세에 남산의 뒤쪽을 목격하고 그 감흥을 화폭에 옮겼다.

겸재는 이 그림을 진경시(眞景詩)의 대가이던 친구 이병연(1671~1751)의 시와 바꿨다고 한다. ‘새벽빛 한강에 떠오르니/산봉우리들 낚싯배에 가리고/아침마다 나와서 우뚝 앉으면/첫 햇살 남산에서 오르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